죽도록 즐기기/닐 포스트먼 지음/굿인포메이션 펴냄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대량생산되는 대중문화 상품들은 우리들의 의식과 감각을 온전히 지배하면서 나라와 민족의 경계마저 허물어뜨리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체감할 수 없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누구하나 의문을 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중은 새로운 소통도구와 문화를 좃거나 즐기는 데 바쁠 뿐 미디어의 속성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흥미를 끌 만한 볼거리나 뉴스가 나오면 `함께 나누고 즐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인터넷과 게임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세상으로 무대로 옮기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새로운 언어이자 소통의 창구로 떠오른 `디카'와 `싸이질'은 이미지를 먹고사는 젊은 세대의 핵심코드로 자리잡아 버린 지 오래다. 눈에 보이는 대로 디카나 폰카를 들이대며 인터넷에 자신의 이미지로 집을 짓고 사는 이들에게 표현의 욕구는 숨쉬는 욕구 그 자체다.

온라인 게임 중독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0대 남자가 PC방에서 숙식을 하며 하루 평균 20시간씩 게임을 하다 숨지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침부터 9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하던 고교생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온라인 게임 중독이 단순한 청소년층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과 계층을 초월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힘든 수많은 TV채널, 할리우드와 충무로가 경쟁적으로 퍼부어 대는 블록버스터 영화와 비디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이버세상의 게임, MP3라는 혁명적 도구로 무장한 대중음악 등이 우리의 일상을 포위하고 있다. 각박한 현실에 피곤하고 지친 사람들의 탈출구가 되어야 할 문화가 오히려 우리를 지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무절제한 문화소비는 말 그대로 `죽도록 즐기기'의 한 단면이다. 이는 문화에 대한 경계심은 실종된 채 오직 문화에 대한 낙관만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뒷모습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저자인 닐 포스트먼은 1985년에 펴낸 이 책을 통해 오늘날 대중문화의 문제는 내용(콘텐츠)이 아닌 과잉소비에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