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건강 > 연대행사/건강교실 > [칼럼] 별 이유없이 자녀들 성적 떨어지면… 게임중독 의심을

제9장 게임중독

인터넷게임은 실로 “시간 잡아먹는 하마”다.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넷게임은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잡아매고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을 게임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점차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독으로 빠져든다. 학생들의 경우 학습의욕이 저하돼 성적이 떨어지고, 성인의 경우 업무에 차질이 생겨 회사에 사표를 내야 할지 모른다. 이는 인터넷게임에 이어 게임중독을 다뤄야 하는 이유다.

1. 게임중독의 이해

단순히 게임을 하던 사람이 중독으로 이행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간이 무료해 게임을 즐기다 빠져들어 벗어날 수 없는 중독자가 되는 경우다. 게임중독은 인터넷중독의 일차적 유형이다.

1) 게임중독의 정의

게임중독(Game Addiction)이란 게임에 빠져들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게임중독자는 인터넷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에 손상을 입은 상태다. 이런 점에서 게임중독은 인터넷게임 이용의 자율적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병적으로 집착하는 증상이다.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이들은 학업이나 직장, 가정 및 대인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9-19세 약 100만명이 인터넷 게임중독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이는 나이 어린 청소년의 예이며, 성인을 합치면 200만 명을 넘는다. 인터넷 강국이란 우리 현실이 게임중독자를 양산하는 형국이다. 인터넷 게임중독은 치명적인 뇌질환이자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정신질환이다. 그들의 쾌락중추에는 약물중독자들처럼 불이 켜져 있다. 게임을 하면 신이 나고 할수록 즐겁기 때문에, 그만두기 어려운 심각한 정신장애다. 이런 증상은 약물중독이나 거의 다름없는 심각한 상태이기에 간단한 대응책으로는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잠재적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선별해 중독자를 가려내고, 확인된 중증 중독자를 대상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게임중독의 심각성과 폐해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예방 대책이 요구되므로 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2) 게임중독과 그 실태

게임중독은 도박과 같이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그것은 게임이 단순한 놀이의 본성을 넘어 일종의 도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중독은 도박중독과 매우 유사하게 이해된다. 게임중독은 성격상 이기려고 내기를 하는 것이나 사이버 머니이기는 하지만 돈을 걸고 따는 것 등 도박중독과 외형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박중독, 쇼핑중독, 경마·경륜중독, 성(性)중독과 같은 중독의 일종으로 금단, 내성, 갈망 증상을 동반한다. 더욱이 게임중독은 인터넷중독 중에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전체 인구의 200만명 정도를 인터넷 게임중독 인구로 추산한다. 국내 알콜중독자가 인구의 5.6%, 도박중독자가 9.5%임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게임중독은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다. 이는 전 세계 무선광역대 사용국 1위,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런 점에서 학교생활에 문제가 없고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고 불규칙한 학습에 문제가 발견되면, 게임중독을 한번 의심해야 한다. 게임중독에 빠지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가족간 대화도 끊기고, 학교도 빠지며 게임에만 몰입한다. 더욱이 게임중독은 일부 청소년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가정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게임산업이 국가 경제에 막대한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로 인해 사람이 망가지는 것은 사실 더 큰 피해라 봐야 한다.

3) 게임중독 증상

게임중독은 일정한 증상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보일 때 일단 게임중독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밥을 먹지 않고 밤새 게임만 한다. 밤새 게임을 하느라고 학교에서는 잠만 잔다. 게임하지 않을 때에도 늘 게임에 관한 생각 뿐이다.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학업이 떨어졌거나, 직장 동료들에게 불만이 쌓인다. 가족과 매일 다투거나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는다. 게임으로 건강이 나빠졌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게임중독이 심하면 꿈에서도 게임에 관한 꿈을 꾸는 것 외에 기타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게임중독은 청소년의 심리적·사회적·학업적·행동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우울·소외감·고독·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학업소홀, 성적저하 및 높은 결석률 등을 초래한다. 물론 게임중독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게임중독을 예방하려면 자기 통제감을 배양할 수 있는 자아형성 프로그램이 중·고교 시절부터 대학까지 제공돼야 하고, 정보윤리 의식 형성, 상호 유대, 대화, 상호 관심 등 가족관계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각급 학교 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적절한 대인관계 및 자기표현력 향상을 위한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 및 상담기법, 자기표현성 증진 프로그램 등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미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경우 대처가 간단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다. 이들은 왜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일까? 우리는 그 원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

2. 게임중독 원인

인터넷게임에 빠지는 심리는 무엇일까? 이는 간단하게 말하거나 단정하기 어려운 매우 복합적 문제가 내포돼 있다. 겉으로는 시간이 무료해 단순히 즐기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밑바탕에는 심리적인 것과 함께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다. 우리는 대개 게임에 빠지는 현상을 표면적 향락 추구로 보고 있다. 일상생활이 부담스럽거나 자기 앞에 놓인 과중한 부담 때문에 출구를 찾는 모습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힘들고 어려운 부담 때문에 게임에 빠지므로 순간적으로 그 부담을 잊으려는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게임에 빠져있는 동안에는 부담스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즐거운 게임에 몰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만으로는 원인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해 고찰하기로 한다.

1) 스트레스 해소 차원

청소년들은 온라인게임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이는 그들이 온라인게임을 장점으로 들고 있는 수치에서 나타난다.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이유가 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친구들과 놀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런 경향은 물론 그들이 온라인게임을 사용하는 수치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는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34.7%, 친구와 재미있게 놀 수 있다: 20.6%,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14.1%, 목표성취 후 만족감을 느낀다: 11.1%,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 9.0%,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다: 7.0%,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3.0%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수치에 전혀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작용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청소년들을 포함해 성인들도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인데, 바로 죄의식의 해소다. 죄의식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욕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욕은 대개 듣기 싫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욕들이다. 어머니를 거리낌 없이 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 그리고 특정 연예인을 욕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온갖 것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 등 거의 대부분이 해서는 안될 것으로 가득하다. 이런 것들을 보면 거의 70%가 옳지 못한 행동들이지만, 사기를 치거나 욕을 퍼붓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나쁜 짓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들은 죄의식이 없는 가운데 그런 욕이나 사기 등을 저질러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쏟아놓고 있다. 이는 마치 어디다 버리지 못하는 심리적 쓰레기를 인터넷에 버리는 식이다. 인터넷이 쓰레기통으로 둔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진정 스트레스가 해소되는지는 의문이다.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생각이나 말을 쏟아낸다고 해서 해소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화를 낸다고 화가 풀어지는 것이 아니고, 더 화가 날 뿐인 원리다. 이런 점에서 짜증내는 사람은 이제 툭하면 더 짜증나고, 화내는 사람은 갈수록 쉽게 화내는 원리다. 스트레스를 정당하게 해소해야 할 이유다.

2) 놀이본성과의 결합

게임은 그 성격에 있어 묘한 점이 있다. 인간의 놀이본성을 결합시킨 것이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타고난 놀이본성을 갖고 있다. 놀이본성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잘 사용하면 일의 추진을 자극하거나 지속시켜 성공을 거두게 만들고, 신체와 심리를 건강하게도 한다. 그래서 잘 노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건강한 모습을 갖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긴장하고 급기야 질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놀이본성이 그르게 사용되어 인격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치닫는 경우다. 그런데도 게임은 어느 정도 놀이본성을 자극해 더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런 성격은 여러 면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모두 인간의 놀이본성을 활용한 측면이다. 손잡이나 버튼, 조이스틱이나 컴퓨터 마우스 등 어느 것을 사용하든 과거 30여년간의 비디오게임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자동차 경주, 탱크, 우주선, 신비한 생명체와 그 이상이 있는 환상의 세계로 도피하도록 유혹해 왔다. 그러나 이 시기에 두 가지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 다시 하나로 모아졌는데, 그것이 나중에 컴퓨터로, 그리고 게임산업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중 하나는 수많은 비디오게임들이 아케이드와 카트리지 시스템을 벗어나 PC(개인용 컴퓨터)로 발달한 점, 다른 하나는 후에 인터넷이 된 초기 어댑터들이 네트워크상에서 개별적으로 혹은 여러 사람이 할 수 있는 게임들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작업으로 발전된 점이다.

게임은 어떤 것이든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 특히 함께 하는 게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집중하게 되는데, 이런 게임이 이제 안방의 컴퓨터로 옮겨지게 됐다. 오늘날 거의 2천만명의 온라인 게이머(gamer)들이 버츄얼 카드와 보드 게임에서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세부적인 롤플레잉(role-playing)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을 즐기고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아이들이 아니다. 미국에서 팔렸던 비디오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의 90%는 성인들이 샀다. 성인게이머들은 언제라도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고, 스크래블(Scrabble), 모노폴리(Monopoly), 야찌(Yahtzee), 크리비지(cribbage), 혹은 기분에 따라 무엇이든 시도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만나는 플레이어들과 더 멋진 경쟁을 하고, 실생활의 누군가보다 더 용이하게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무한한 탐색을 부추기는 게임

인기가 있는 게임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에버퀘스트(EverQuest)는 많은 플레이어가 즐기며 온라인게임 중 가장 인기가 있다. 소니사(社)는 21만명 이상이 이 게임을 샀고, 지금도 그들의 온라인상 가상세계를 탐색하고 정복하기 위해 매달 9달러 95센트를 지불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텍스트만 제공하는 일부 다자간 게임들과 달리 에버퀘스트는 수천 가지의 생명체, 보물과 모험으로 가득 찬 시각적으로 풍부한 3차원 이미지의 50개 레벨을 제공한다. 에버퀘스트의 매력은 쉽게 정복할 수 없는 점이다. 게임 제작자를 대신해 게임을 선전하는 헬렌 쉘러(Helen Sheler)는 “여러분이 아무리 열심히 게임을 해도 여러분은 결코 그것을 숙달할 수 없어요”라 말한다. 이는 이용자들이 도저히 숙달하지 못하도록 해 더욱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용자들은 어떻게든 게임을 정복하려 애쓰고, 그들 중 몇몇은 중독돼 이 게임을 “에버크랙(Evercrack)”이라 다시 이름붙였다.

네 명의 자녀를 둔 34세 여성이 있다. 그녀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자신이 중독됐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실생활을 포기했고, 친구들의 제의도 거절했으며, 컴퓨터 장비를 사는 데 수천 달러를 사용했다. 이 정도면 아이들이 어머니는 컴퓨터가 자기들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데이비드 그린필드(David Greenfield)의 중독 웹사이트에 나온 익명의 에버퀘스트 게이머의 고백은 새겨들을 만 하다. “이 게임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실제로 30시간 정도를 온라인에서 보낸 적도 있었어요. 그저 단순히 숫자와 프로그램 코드만 있는 이 게임에 그렇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요. 이 게임과 그와 같은 게임들에 있어 중독의 매력과 위험들은 그것들이 많은 욕구들, 사회적 상호작용, 여러분이 탐색하면서 성취하고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받는 만족감, 값싼 오락적 요소 등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한번 게임에 손을 대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게임의 특성이다. 아마 게임 제작자들은 이런 것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고 거기에 상응하게 제작한다. 쉽게 정복 불가능하게 만들어 더욱 그들을 게임으로 이끌어간다. 이것은 인간이 경쟁하려는 심리를 부추겨 계속 게임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어느 정도에 이르면 게임의 세계에서 등급이 매겨짐으로써 인정받게 만드는 일종의 보상을 하는 심리도 허용된다. 이런 등급은 현실에서도 일종의 계급이 돼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측면이 있다. 이는 현실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게임과 집착의 특성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한 가지 특성을 갖는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특성이다. 집착은 어떤 것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특성이다. 한 가지를 붙잡으면 거기에 골몰하고, 거기에 빠지는 현상이다. 물론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집착은 집중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집착은 한 가지에 매달리는 현상으로 부정적인 성격인 반면, 집중은 특정 대상에 일정 시간 정신을 모으는 긍정적 측면이다. 이런 특성은 그 결과에서도 구분되는데, 집착은 반드시 폐해를 낳는 반면, 집중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창조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집중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둘 일에 지나치게 빠지는 경우를 집착하는 사람들이라 부른다.

게임이란 그것이 아무리 즐겁다 해도 생산적이라 볼 수 없기에 집중한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집착한다는 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하여 집착은 다른 여러 폐해를 초래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가족에게도 심각한 폐해를 준다. 도박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인터넷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다. 인터넷도박은 대개 게임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도박성을 갖는 것이 문제인데, 게임이 도박성을 갖는 점은 매우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작은 게임은 쉽게 접근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니므로 그다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작은 게임이 점차 큰 게임으로 이어지고, 그 게임은 다시 일정한 금액을 기초로 한다. 그러니까 도박성을 기초하지 않으면 즐겁지 않기에 더 큰 게임은 더 큰 도박으로 이어진다.

집착은 무엇을 찾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무엇인가 찾으려는 심리는 호기심도 있고 의혹이 있어 그렇게 할 수 있다. 마치 편집증 환자들이 그 숨은 의미를 찾으려고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행위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때로 자기가 찾는 것이 뭔지 자신도 모르기도 한다. 그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인가 찾는 행위를 우리는 '탐색'이라 부른다. 게이머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행위를 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그들은 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자지 않고, 이를 추구하고, 식사시간을 거르면서도 거기에 몰두한다. 이처럼 그들은 때로 사람을 찾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는다. 이는 그들의 무의식적 욕구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괜히 궁금해지는 사실들이 있고, 거기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면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4. 특정 게임에 빠지는 속성

게임하는 사람들은 특정 게임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좋아하고 즐기는 게임이 생활의 일부와 같아진다. 이는 게임의 특성상 친숙성을 빼놓을 수 없다. 친숙한 게임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만큼 즐겁다고 생각한다.

머드(MUD)에 빠지는 어느 기독교인 대학생의 예를 들 수 있다. 게임중독은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실제 그는 다른 현실세계에 빠졌다. 그는 컴퓨터 실습실에서 클릭이나 하면서 앉아있곤 했지만, 다른 영역으로 벗어나 있었다. 그가 의미하는 다른 현실은 온라인게임 중 중독성이 가장 강한 것 중 하나인 다사용자 영역(multi-user domain) 머드(MUD)였다.

할리 한(Harley Hahn)은 자신이 쓴 안내서(Guide to MUDs)에서 머드를 설명한다. 머드는 정교하고 컴퓨터가 매개체이며, 상상의 환경이다. 대부분의 머드들은 환상적이거나 중세풍, 과학적 픽션, 사이버펑크(cyberpunk), 즉 컴퓨터와 마약이 지배하는 폭력적이고 도시적인 미래를 그리는 공상과학물, 고딕이나 종말 후와 같은 일반적인 주제를 가지고 고안됐다.

그가 머드에 빠져들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그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에게 머드를 소개받았다. 두 사람은 1주일에 2번 정도 대학교 컴퓨터실습실에서 1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 그는 더 많은 게임을 할 준비가 됐다. 대학교 네트워크 인터넷을 이용해 스타워즈의 팬으로 좋아했던 제다이 머드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게임을 ‘난도질하기(hack and slash)’로 묘사했는데, 앞으로 나가기 위해 컴퓨터가 만든 생명체들을 죽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금동전과 무기, 새로운 기술을 얻기 위해 그들과 싸웠다. 그의 목표는 장비, 경험과 힘으로 자신이 창조한 플레이어(player)가 앞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새로운 영역들과 장비를 수시로 덧붙이고, 앞으로 나가야 할 30개의 레벨(수준)이 있어 성장할 여지를 많이 제공한다. 게임을 오래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그가 계속해서 게임을 하도록 그 게임은 게임하지 않는 매 24시간마다 점수를 깎았다. 돌아오자마자 그는 예전의 지위를 다시 얻기 위해 약간의 돈을 소비해야 했다.

이제 그는 곧바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대학생활에서 받는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는데 게임이 큰 위안을 주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투자했던 시간의 양에 따라 캐릭터 파워가 늘어남을 알았다. 그리고 이를 탐색하는 것이 형편없는 시험 결과와는 달리 통제할 수 없는 무엇들로부터 도망갈 수 있도록 도움을 알게 됐다.

손쉬운 관계 형성도 즐겼다. 자신의 정체감을 창조하고 자신의 업적에 대해 존경을 받음으로 현실세계의 수입, 외모, 환경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머드게임을 했다. 그가 가장 오랫동안 게임한 기간은 6시간 동안 계속한 것이었는데, 잠깐 쉬는 동안만 캠퍼스에 있었고 24시간 내내 먹고 잘 때를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게임했다.

급기야 그는 수업에 불참하고 숙제도 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게임하는 사람들이 그러듯 ‘한 시간 정도만 게임을 하고 나서 공부를 해야지’라고 했다. 게임하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대화도 주로 게임과 링고(Lingo) 등으로 제한된다. 때로 그들은 컴퓨터 실습실에 나란히 앉아 함께 게임을 했으며, 각자 다른 세계에 빠졌다.

물론 그는 자신이 게임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갖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다. 이런 일은 막 잠을 자려 하거나 교실에 있을 때, 혹은 공상할 때마다 일어났다. 때로 그가 기도하거나 영적인 생각으로 애쓸 때도 생각이 났다. 그는 이것이 문제라 생각했지만, 게임을 불평하는 친구들 생각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는 자주 그만두려고 했지만, 컴퓨터는 참을성 있게 함께 놀아줄 준비가 된 애완견처럼 늘 거기에 앉아있었다. 이런 경험은 머드플레이어들에게 결코 특별하지 않은데, 다른 전형적 플레이어와 비교해 보면 보편성을 띤다. 그에게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근거리통신망이라는 랜(Local Area Network) 파티로 만들지는 않았는데, 그곳에선 게임에 열심인 플레이어 집단들이 더 빨리 하려고 컴퓨터를 함께 연결해 주말 내내 게임을 한다.

그는 또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이라는 게임으로 일주일에 최고 3천달러를 벌었다는 그렉 바흐라치(Greg Bachrach)처럼 경매 사이트에서 가상의 게임 아이템들을 사거나 팔지도 않았다. 바흐라치는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그가 좋아하는 게임을 했고, 게임에서 수집한 아이템들을 팔려고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에 게시했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경매사이트에서 상상의 금, 무기, 집과 더 많은 것들을 기꺼이 입찰한다. 그는 이제 단 한 명의 게이머만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류의 판매 스타일로 이베이에 목록을 나열한 수많은 게임 아이템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되어 있다:

‘애시론즈 콜 리프컬 lvl60 ppGSA/GSA+more! Mecrobe… 60레벨 캐릭터 자체/확/아이템/생명/창조물.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나요? 나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요. 이런 캐릭터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그것은 자신의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세요. 이 캐릭터는 매우 시간을 요하는 것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지금은 리프컬에서 캐릭터 자체 기술만으로도 5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 멋진 캐릭터를 그만둘 수는 없지요… 최고 입찰가 2,025달러’ 등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시론즈 콜(Asheron's Call)에 등장하는 이런 캐릭터를 파는 사람은 자신의 사회생활에서 잃었던 것에 대해 재정적으로 보상받기를 원한다.

5. 게임중독의 폐해

게임중독은 개인에게 심각한 인격 파괴와 더불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피해를 유발한다. 게임에 집중하다 심지어 심장마비와 자살이 생기기도 하면서 급기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임중독의 폐해를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자.

1) 인격 파괴

게임중독의 1차 피해는 인격 파괴다. 게임중독은 정상적인 정신 기능을 손상시킨다. 정상적인 발달 시기에 있는 아동이 게임에만 매달릴 경우 마땅히 해야 할 운동이나 학습 문제가 유발된다. 게임중독자는 우울증과 주의력결핍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질 확률이 높다. 이 현상은 이미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입증됐는데, 하루 5-6시간 이상, 많게는 12시간 게임에 몰입하는 경우 운동 부족과 더불어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때 도파민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호르몬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라도 게임을 하지 못하면, 우울하거나 초조해지며, 공허감을 느낀다. 게임이 그들 삶에 중요하게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에 할 일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에도 그다지 관심이 적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관심이 서서히 바뀌어 간다. 이제 일상 과제는 뒷전이고, 오로지 인터넷에서 게임하는 것만 상상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심리적 불안은 더 큰 문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지고 성격이 급해지며, 인내심이 결여된다. 게임에만 매달리다 보니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상황적응 능력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게임중독 아이들은 대개 ‘외톨이→ 인터넷게임중독→ 학업중단’의 순서를 밟거나 반대로 ‘인터넷게임중독→ 가정폭력→ 외톨이’의 과정을 겪는다. 이들은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된다. 게임이 이들을 사회의 낙오자로 만들어버린다.

게임에 매달리는 생활이 계속되면, 각종 심리적 장애는 물론 신체 손상이 초래된다. 실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은 밤새 게임에 몰두해 수면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낮에는 학습 장애가 생긴다. 나아가 게임 문제는 더 확산되고 있다. 각종 전자기기 발달은 게임의 특성을 내장하고 있어, 게임으로 유혹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인터넷게임 과다 사용자 뿐 아니라, 스마트폰 수요가 늘면서 나타나는 일명 테크놀로지 중독 증세가 만연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중독 양상으로 치닫는 것으로, 이래로 가면 머지 않아 희생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

2) 현실과의 괴리

게임중독은 가상에서 이루어지는 문제다. 오래도록 인터넷만 접하며 생활하는 사람의 경우 이런 가상세계가 심리적으로 자리한다. 가상세계는 현실과 너무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가상세계는 사이버 세상이요, 환상의 세계다. 이런 환상에 빠지면 현실세계가 점차 마음에서 멀어진다. 인간은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살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이상의 세계, 즉 환상에 빠지면 현실로 나오기 싫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상담사례를 들기로 한다.

오래도록 게임에 빠진 환자가 있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여기에 매달려 30이 넘은 나이에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는 현실이 싫어져 도무지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솔직히 더 좋다고 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자신이 내놓을 것 없는 초라한 존재라는 이유였다. 가상세계에서는 상당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반면,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도 현실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유도하면서 상담치료를 진행했지만, 그는 끝내 거부했다. 너무 오랫동안 그 세계에 익숙해진 그에게 현실은 적응하기 힘들고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생각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신이 가상세계에서 상당히 귀중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치료자의 말을 인정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치료자는 그에게 결단을 촉구했지만, 그는 거부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증상을 잘 알고 가상과 현실세계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도무지 자신감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자신을 적절히 인도하지 않은 점을 탓했다. 부모 책임이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회피했다. 그는 대인공포증을 갖고 있어 친구도 없고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인터넷이나 게임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더 큰 문제는 그 나이가 들도록 부모를 속였지만, 현실로 나오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껏 숨어지내던 동굴에서 나오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그는 스스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서 살아온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랫동안 인터넷에 빠져 있거나 게임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게다가 너무나 오랫동안 가상세계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알지만 거기서 나오기 싶지 않다. 자신이 없는 점도 있지만, 현실에서 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세상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대단한 사람으로 착각한다. 착각이라고 말해주면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세상이 싫다고 분명히 말한다. 심해지면 가상세계의 일을 현실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임상에서 종종 경험되는 경우다.

3) 공격성 증가

게임중독은 공격성을 증가시킨다. 게임은 대개 총을 쏴 사냥하고, 육박전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일이 다반사인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니지’는 방대한 판타지세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가는 방식이 기본 구도다. 게다가 ‘혈맹’이라는 공동체와 공성전이 추가돼 몬스터를 사냥하는 파티를 열고 즐기며, 함께 혈맹간 전쟁을 치뤄 많은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매니아층이 수십만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심지어 적을 죽여 목을 자르고, 피흘리는 채로 질질 끌고 다니는 무자비한 폭력성을 모방하고 있다.

건전한 게임도 있으리라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살인과 폭력으로 얼룩진 것이 게임의 실상이다. 게임은 특성상 싸움의 본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싸움 본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게임이라 할 정도다. 무장하고 적군과 싸워 이김으로 기개를 떨치며 남자다운 행세를 했던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님에 착안해 싸움을 가상세계에서 하게 만들었다. TV에서 싸움을 바탕으로 하는 대하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게임은 바로 이런 싸움의 특성을 살려 만들어진다. 이런 게임에서 배우는 것은 당연히 공격성 증가 외에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격성이 적군을 무찌른다는 명분으로 처참하게 살해한다 해도 도리어 의기양양해지는 심리를 갈수록 자극시킨다.

공격성은 싸움에만 있지 않다. 심리적으로 부정성이 증가하면 자연히 공격성이 나온다. 이런 공격성은 반드시 싸우는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긍정이나 동의하지 않고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도 일종의 공격성이다. 공격성은 행동 뿐만 아니라 말로도 표출된다. 이런 공격성을 두고 ‘애정결핍’ 이 원인이라 말하기도 한다.

애정결핍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긍정에너지, 즉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기는 심리적 부정성이다. 부정성이 증가하면 누구든 내면에 분노가 존재하고, 다시 ‘억울하다’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 복수하겠다’는 심리로 이어진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동은 내면이 일단 부정성으로 채색된 심리상태로 봐도 무방하다.

부정성이 증가하면 공격성은 실제 행동으로 나온다. 이런 현상이 현실에서 폭행이나 살상으로 사회를 놀라게 만드는 사건들이다. 실제 게임중독 아이들이 범죄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독된 아이들은 게임을 취미가 아니라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해 쉽게 폭력성을 드러내고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일은 상업적 윤리를 망각한 게임업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폭력적 게임과 지나친 아이템 판매로 판단능력이 미비한 아이들을 게임중독과 범죄행위로 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정의 책임도 없지 않다. 게임중독에 빠져든 아이들은 대부분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또 생활고에 시달리기는 하겠지만 항상 밤늦게 돌아오는 부모,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는 무관심한 부모, 성적만 좋으면 아이가 하고싶어 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부모들 등도 책임이 있다.

4) 간헐성 폭발성과 자기조절 문제

게임중독의 피해는 자기조절 문제를 유발한다. 자기조절 문제는 중독의 특성과 맥을 같이한다. 자기조절이 되지 않는 것은 폭발성 충동으로 일컫는다. 이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기물(器物)파괴 등으로 나타나는 공격적 충동의 심한 조절 실패가 발작적 삽화(揷話) 형태로 반복해서 나타난 장애다.

이들의 공격성을 유발할 만한 심리·사회 부담인자는 이들의 엄청난 행동에 비춰볼 때 매우 하찮은 것이지만, 이러한 삽화적 행동은 발작이라 진술한다. 증상은 몇 분 또는 몇 시간 지속되며, 발작 기간의 길고 짧은 것과 관계없이 끝날 때는 거의 신속하게 끝난다. 발작성 삽화 후에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진정한 후회와 자책을 하기도 한다.

게임중독자들은 성격이 급한 편이다. 처음부터 성격이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에 중독되다 보니 여유가 없고 초조해진 결과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게임에 몰입하면서 정상적인 정신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이 과정에서 정신 판단과 정서 기능이 단순히 움직이고 넓은 정신의 기능을 작동시키지 못한다. 인간은 여러 분야의 삶에 직면하면서 정신의 과정을 발달시켜 나간다.

이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사람이 그만큼 정신세계가 넓어지는 효과다. 다양한 삶의 체험을 한 사람들은 정신영역이 넓어지는데 반해서, 단순한 일에 몰입하거나 집중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고 본다. 여기는 물론 실제적 삶의 영역에서 현실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 경험도 해당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정신 과정을 정상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게임에 빠진 사람은 정신기능이 하나의 게임에만 몰입하고 있어 그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는 그들이 게임에 몰입하고 있을 때, 누군가 신경을 건드리면 싫어하고, 작은 심부름이라도 시키면 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이유다.

게임중독이 심한 경우는 간헐성 폭발장애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어느 연령에서도 유발될 수 있지만, 대개 10-20대 사이에 흔히 나타난다. 폭발성 장애가 일어나기 전 정서적 또는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폭발성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부분적이며 산발적인 기억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의 돌연한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흔하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면서도 어떤 강력한 추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간헐성 폭발장애와 더불어 어느 정도 정신병리가 존재하고 있는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특히 큰 괴음(怪音), 행동적인 청각 혹은 시각적 자극, 밝은 빛과 같은 감각적 자극에 상당히 예민하다. 때로 기질성 뇌장애를 뒷받침하는 기타 양상들, 즉 피질하 혹은 변연계 기능장애를 말해주는 뇌파의 비특이성 이상소견 또는 가벼운 신경학적 징후나 증상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간질(癎疾)이 수반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런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보다는 더 흔한 편이다.

7. 결론: 부모들이 방심 말고 깨어 있어야 자녀들 중독 막아

지금까지 게임중독에 대해 기술했다. 게임중독은 인터넷중독 중에 1차적인 것이었다. 인터넷중독 중에서도 게임이 그만큼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중독은 앞장에서 다룬 인터넷게임과 일정 부분 겹치는 측면도 있다. 게임이 인간의 놀이본성과 싸움본성을 바탕으로 경쟁심과 돈 버는 것을 자극할 때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은 게임의 특성을 다루면서도 실제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요인들이 유인으로 작용됨을 의미한다.

게임산업은 이제 부정하든지 그렇지 않든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희생돼선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부모는 게임의 특성을 알고, 그 심각성에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방심하는 사이, 그리고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게임에 중독되는 희생자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환경의 변화가 오는 것도 걱정해야 하지만, 어머니들이 여러 모양으로 분주해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사회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그러면 모성의 벽이 얇아져 더 많은 심리적 결핍으로 아이들이 게임으로 빠져들 것은 불보듯 뻔하다.

교회는 이를 고려해 영혼을 돌봄에 체계적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 바야흐로 중독의 시대가 된 오늘이라 하지 않는가? 이런 때에 영혼이 중독에 침식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목회가 이런 일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목회적 차원에서도 영혼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칼 융은 정신치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종교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게임중독을 모두 나서서 막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