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가족부가 추진 중인 ‘셧다운제(정해진 시간이 되면 온라인을 차단하는 제도)’의 대상에서 고교생이 빠졌다.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 활성화 논리에 밀린 탓이다. 남의 ‘귀한 자식’을 게임 중독자로 만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게임 산업 활성화를 핑계로 ‘핵심 내용’을 빼버리다니 도대체 제 정신이 박힌 사람들인가. “당신 자식들이나 중독이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게임을 스트레스 해소의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 수가 무려 93만8000명에 이른다. 수원시 인구만한 청소년 집단이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게임 중독 단계에 있는 셈이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해 청소년 보호법 등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게임 제공업체로부터 일정금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안이 발의되자 게임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게임문화재단을 출범한 뒤 게임 과몰입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기금 조성은 이중규제라는 것이다.

게임업체들이 중독대신 ‘과몰입’이란 표현을 쓰는 것도 가증스럽지만 더 얄미운 것은 게임업체들이 중심이 돼 게임중독자 치료를 위한 전문병원이나 재활기관, 청소년용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거나 세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병 주고 약을 줘도 미운 판에 약값도 안내겠다고 생떼를 쓰니 인면수심도 이만하면 챔피언급이다.

게임업체 대표님들에게 기자가 아닌 부모로서 여쭙고 싶다. 여러분 자식들에게도 당신 회사가 만든 게임을 권할 수 있습니까. “예”라고 힘주어 대답하기가 찜찜하신가. 그렇다면 대표님들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게임중독 방지와 치료에 목숨을 걸어라. 이게 싫다면 차라리 회사 문을 닫아라. 그게 국가와 민족을 훨씬 더 위하는 길이다.

경향신문 김준|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