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생장은 필요한 무기성분 중 가장 적은 성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학창시절 배운 ‘리비히의 최소율의 법칙’입니다.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1843년 발표한 이 법칙은 식물이 정상적인 생장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무기성분이 적당한 비율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만약 어떤 한 가지가 부족하면 그 부족한 성분량에 의하여 생장이 지배된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니 리비히의 최소율의 법칙은 식물뿐만 아니라 인간사에 더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교육에서도 이 법칙은 기가 막히게 적용됩니다.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 등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할 경우 조화롭고 균형 잡힌 전인교육은 실패하게 되니까요.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2008년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며 ‘미래형 교육’을 구상합니다. 이 구상은 이듬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완성됩니다. 교과부는 ‘학습부담을 줄여 흥미를 유발하고, 단편적이고 암기식 지식 습득보다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며 ‘집중이수제’를 도입했고 올해부터 운영 중입니다.

집중이수제는 수업 시수(時數)가 적은 과목을 집중 지도하는 방법으로 학기당 이수과목 수를 줄여 학습 부담은 덜어 주는 동시에 학습 효율성은 높이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영·수 집중이수제’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한 교육관련 단체의 조사결과 영어 수업이 늘어난 학교는 71.3%, 수학이 늘어난 학교는 51.7%였고 대신 다른 과목은 영·수가 늘어난 만큼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에서는 더욱 심각하답니다. 심지어 1학년 때 몰아서 체육수업을 받고 2, 3학년 때는 아예 체육 수업은 하지 않는 학교도 상당히 있다고 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저하되고 있다는 것은 교육당국의 통계에도 잘 나타납니다. 그런 판국에 ‘학교체육 실종사태’는 심각합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체력관리는 미래 국력과 직접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선진국들은 그래서 학교 체육시간을 엄격히 지키게 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중학교는 주당 4시간,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초등학교는 수업일수 10일 동안 최소 200분, 중·고교는 400분의 체육교육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현재 추진하는교육정책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나라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국력인 학생들에게는 영어와 수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심신의 균형적 발달과 창의력 계발 또한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체육 등 인성교육과 관련한 과목을 집중이수제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