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 청소년의 뇌는 일반 청소년에 비해 탈신체화 자극에 더 취약

-이해도와 어휘실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의사결정 능력도 저하

최근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각종 범죄가 늘고 있다. 인터넷게임에 빠져 어린 딸을 굶겨 죽인 부모를 비롯해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어머니를 살해한 청소년까지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이에 뉴시스는 인터넷 중독에 무방비로 노출된 성인 및 청소년들의 실태와 현황, 인터넷 중독이 뇌에 미치는 영향, 해결책 등을 전문가를 통해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송윤세 기자 = 같은 학교 급우들로 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투신한 중학생 A군의 유서가 공개되자 세상은 경악했다. A군이 집단 괴롭힘을 당한 원인 중 하나가 인터넷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결과 가해학생들은 돈을 빼앗고, 게임 레벨을 올리기 위해 새벽까지 A군을 잠도 자지 못하게 하고 게임을 시켰다.

게임에 중독된 20대 B씨는 '매일 게임만 하고 살 거냐'며 나무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B씨는 범행 후에도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즐기는 등 게임중독 증세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몰입으로 게임을 그만둘 수 없는 현상까지 가는 인터넷게임 중독 현상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에 따르면 인터넷게임 중독은 마약중독이나 알콜 중독처럼 그 자체로 뇌를 손상시키고, 자제력을 잃게 해 추가적으로 신체나 정신상의 문제가 발생해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중독의 일종이다.

과거 중독은 약물중독 또는 물질중독의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도박, 쇼핑, 게임 등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 까지 확산되고 있다. 행위중독은 뇌의 특정부위의 기능변화로 인해 발생하고 악화되는 질병이다.

인터넷 게임중독은 행위중독의 일종으로 다른 중독의 증상과 마찬가지로 금단, 내성, 갈망 증상 등을 동반한다.

금단증상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던 물질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사용양을 줄일 경우 생리적·심리적· 행동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또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후에 동일량을 투여해도 처음과 같은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내성'이라 한다.

갈망은 어떤 자극이 있었을 때 처음과 같은 쾌락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횟수의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가톨릭대 김대진(정신건강의학)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강렬한 자극을 주는 게임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게 한다. 이때 반복된 게임으로 도파민의 수용체는 더 많은 도파민을 달라고 아우성치게 쳐 다른 일상적인 행동에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궁국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중독에 빠지면 달라지는 신체변화로 우선 시간감각이 없어진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심한 경우 72시간 이상 쉬지 않고 계속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폐색전증으로 돌연사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인터넷게임 등에 과도한 시간을 할애하다 현실세계에서 해야 할 학업과 업무의 성과가 떨어져 대인관계가 줄고, 더 나아가 현실보다 인터넷을 통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익숙해 현실세계보다 가상현실 속의 관계를 더 신뢰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는 가상현실의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져 과도한 게임 아이템 구입과 인터넷 쇼핑, 인터넷 도박 등으로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잔영 현상으로 실제 게임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착시나 환시로 게임 상황을 체험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경우 학생은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휴학을 하거나 제적을 당하고, 직장인의 경우 성실히 근무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생긴다.

최근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청주의료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연구팀은 기능적 MRI(fMRI) 촬영으로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의 뇌가 일반 청소년에 비해 탈신체화 자극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탈신체화란 자아가 신체의 경계를 벗어나 신체 밖으로 분리돼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유체이탈, 자기 환영을 보는 것, 임사체험 등도 이런 현상의 일종이다.

충북대병원 손정우(정신건강의학) 교수는 "청소년에게 공 던지기 애니메이션 게임을 시키면서 탈신체화를 자극했을 때 인터넷 중독 청소년은 일반 청소년보다 좌반구 측두엽과 후두엽이 만나는 영역, 우반구의 해마 옆, 기타 영역의 뇌 활성화가 현저히 증가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해도와 어휘실력이 떨어질 수 있고, 충동조절 장애나 물질중독 환자들처럼 의사결정 능력도 저하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는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폭력적인 게임에 노출된 집단은 온라인과 현실세계에서 적대적 행동의 표현이 모두 늘어나고, 게임의 영향을 받아 공격·폭력적인 성향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