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0-05 17:22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172
▲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이건강 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

셧다운제 추진에 ‘미친 아줌마’ 욕먹기도
스마트폰 오남용 방지법 청원 운동 추진
“아이들 행복해져서 우리 단체 없어졌으면”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친 아줌마 아냐? 내가 게임하겠다는데 왜 이래라 저래라야.”

가장 아끼는 청소년들에게 몰매를 맞는 기분이었다. 계속되는 악성 댓글에 일일이 해명하고도 싶었다. 심지어는 내 자녀까지 “엄마 말이 안 되는 소리야”라며 말렸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계속 피해자가 생기고 있으니 그만둘 수가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내 생각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의 주역인 아이건강 국민연대(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국민연대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40여 개의 관련 시민단체가 모인 연합체로 게임·인터넷 중독, 식생활 교육, 마음살림, 운동 등 크게 4가지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 예방에 대한 전문가다. 생물학·교육학 전공을 했고 이후에는 10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머 활동을 했었다. ‘준호는 컴퓨터와 잘 놀아요’라는 책도 썼다.

그런데 아들에게 컴퓨터와 잘 노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공부는 안 하고 게임 중독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은 김 사무국장의 아들이 “엄마, 아이템이 다 사라졌어”라며 얼굴이 새하얘져 나왔다. 온라인 게임 중 만난 형이 아이템 스크린샷을 찍자고 해서 3년간 모은 아이템을 모두 꺼냈더니 그걸 다 가져간 후 접속을 끊었다는 것이다.

새하얗게 질린 아들의 얼굴을 보던 김 사무국장은 ‘도대체 게임이 뭔데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붙들고 있나’라며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위원 등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에 아들의 게임 중독 치료도 시작했다. 무작정 인터넷을 끊으니 PC방이나 친구네 집에서 게임을 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김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인터넷과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다른 놀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맛있는 음식도 이전보다 많이 만들어주고 운동이나 여행 등 같이할 수 있는 활동을 늘렸다. 물론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은 먼저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했다. 이후 모니터링만으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 학부모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중독 예방 교육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게임 중독과 관련된 사건들은 점점 많이 발생했다. 앞서 이를 감지한 국민연대는 게임 시스템 자체가 차단돼야 한다고 생각, 10년 전부터 문제의 ‘셧다운제’ 운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말이 있었는데 특히 여가부와 셧다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반발이 매우 컸다. 악성 댓글도 매일 올라왔다.

김 사무국장은 “반발이 거세 지금 이대로 밀고 나가는 게 옳은 걸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도 했다”며 “그러나 한 명의 아이라도 게임 중독에서 구해질 수 있다면 아무리 욕을 먹어도 할 수 있다. 내가 힘든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셧다운제 등 인터넷·게임 중독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또 하나의 괴물이 나타났다. 바로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아이들 사이에서 삽시간에 퍼져 지금은 각 반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가 1~2명꼴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인터넷보다 심했다. 손안에서 24시간 켜져 있고 진동 등 알림도 시시때때로 울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공짜라는 점도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에는 스마트폰 SNS인 카카오톡에서 16명에게 집단으로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여고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김 사무국장이 사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라 충격이 남달랐다.

김 사무국장은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초강력 중독 매체’”라며 “이에 우리도 청소년의 스마트폰 오남용을 방지하는 법안 청원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대가 추진 중인 법안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실행 여부와 이용 한도를 부모가 정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또한 학교 내에서 3G 통신망과 와이파이(wi-fi)망을 차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을 완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 사무국장의 둘째 자녀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엄마가 속한 단체가 이러한 법안을 제안하자 아이는 “엄마,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오버야~”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단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현재 스마트폰에 대한 아무런 심의가 없기 때문에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만 자율적으로 심의하고 통신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특히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이 있으나 스마트폰 게임은 등급이 없다. 스마트폰 게임에 대해서도 청소년 유해여부가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스마트폰 게임 중에는 성범죄를 재미의 수단으로 삼는 게임을 아무런 제한 없이 다운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채팅 등을 통해 청소년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만연한 사실이다.

김 사무국장은 또 인터넷 신문의 선정적인 광고도 지적했다. 스포츠신문 때부터 선정적 광고와 싸워서 그런지 아주 진절머리난다는 표정이 김 사무국장의 얼굴에 역력했다.

김 사무국장은 “언론사에 직접 요구한 경우도 많지만 별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며 “그런데 청소년들에게 정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므로 아무리 오래 걸린다 해도 이를 없애는 운동은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이 김 사무국장은 습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힘들어도 계속 할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렇게 열심히 활동해서인지 집에서도 ‘대한민국 청소년 돌보느라 집에 있는 청소년은 돌보지 않는다’라는 지적을 듣기도 한단다.

그렇다면 김 사무국장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 이토록 열심히 뛰는 걸까.

“제 명함에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 문구 그대로의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역 놀이터나 대안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뛰놀 수 있게 돼서 우리 단체도 사라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