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철학이다』

달리는 것과 철학하기의 공통점

“마라톤 기록이란 게 연습 한번 잘한 것으로 단축되지 않듯이, 이 책을 읽는 일이 당신에게 삶의 커다란 의문들에 대한 결정적인 해답을 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달리기 연습이 새로운 개인 기록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만들 듯, 이 책을 읽는 일은 삶의 커다란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얻는 일에 당신을 보다 가까이 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머리말 中

           『마라톤은 철학이다』

마이클 W. 오스틴 외 지음 ∥ 이복희 옮김

동쪽나라 ∥ 221쪽 ∥ 12,000원

제일 먼저 소개할 첫 번째 책은 『마라톤은 철학이다』이다. 이 책은 달리는 행위가 신체적 운동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것은 앞으로 소개할 모든 책이 공통으로 가지는 속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 속성을 유달리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까닭은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실제로 마라톤을 하는 대부분의 철학교수에 의해 채워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썼기 때문일까, 저자들은 달리기와 철학을 같은 행위로 놓고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통상 달리기와 철학은 정반대의 지점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달리기와 철학의 공통점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둘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은 달리면서 던지는 다채로운 질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들은 마라톤을 통해 얻는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고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장거리 러너들의 의지란 과연 무엇인지, 마라톤으로 변화된 나의 육체가 인식하는 세계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왜 러닝머신은 우리에게 의미를 줄 수가 없는지, 왜 러너들은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달리는 것인지 등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우리가 달리면서 던지게 되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우리가 질문으로 그쳤던 생각들에 대해 저자들은 좀 더 끈질기게 더 생각했을 뿐이다. 이 끈질김은 우리가 달리기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것을 돕고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마라톤을 통해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된다. 달리기가 어떻게 종교적 체험이 되는지, 어떻게 달리면서 함께 행복해질 것인지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바짝 묶고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의 문장들이 달리기를 할 때 세상과 밀착되는 느낌, 사소한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을 실감나게 재생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 때 느끼는 그 시초의 순간을 이 책은 달리기의 스타트와 함께 그려낸다.

예전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무언가를 생각하게 될 때 우리의 세상은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과거에 고정되어 있었던 관념들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바로 우리가 철학을 하게 되는 최초의 순간이며, 이것은 달리기의 첫 걸음과 다르지 않다. 최초의 낯선 생각이 우리의 세상을 흔들리게 하는 것처럼, 우리가 달리기 위해 처음으로 발을 공중으로 띄울 때 우리 앞에 정지해 있던 장면들은 우리의 발걸음과 같이 쿵쿵 흔들린다. 우리는 이 흔들림을 심장의 흔들림과 함께 우리의 전존재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해서, 철학에 대해서,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학이라는 행위가 진리를 향해 가는 것처럼, 달리는 행위 또한 항상 어딘가로 향한다. 달리기 전에 이 책의 어느 한 장을 읽는다면 달리기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익숙한 행위를 새롭게 체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어느 장부터 읽어도 괜찮고, 책 전체를 한 번에 읽을 필요도 없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제목의 장을 집어들고 그 장의 문장으로 가득 채워진 육체로 달리기를 한다면, 이 책의 저자인 J. 제레미 위스뉴스키의 말처럼 세상에 대한 우리의 경험 또한 바뀌게 될 것이다.

진현주(jinj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