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소득별로 5천원 ~10만원…“1만1천원 기적 이뤄진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1만1000원의 기적’ 시민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1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13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풀뿌리 시민운동을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시민회의는 국민 1인당 월평균 1만1000원씩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을 줄이고 본인 부담률을 낮춰 민간의료보험 지출과 병원비 걱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1만1000원 기적’은 어떻게 가능할까 =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8년 현재 62.2%이다. 시민회의는 이를 OECD 평균인 80%대 중반(입원진료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2009년 현재 총 36조원 규모인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48조4000억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시민회의 측 분석이다. 지금보다 12조4000억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이 돈을 모두 국민들이 직접 추가 부담할 필요는 없다. 건강보험은 국가와 기업(직장가입자), 국민이 나눠 내기 때문이다. 세 주체별로 나눠보면 추가 부담액은 국민 6조2000억원, 기업 3조6000억원, 국고지원 2조7000억원으로 각각 나온다. 국민은 월 평균 5166억원, 1인당 약 1만1000원씩을 더 내면 된다. 물론 건강보험료는 소득 수준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 추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사람마다 다르다. 최하위 5% 계층은 약 5000원, 최상위 5% 계층은 약 10만원 정도를 더 내게 된다고 시민회의는 분석했다.

이렇게 늘어난 재정을 보장성 확대에 쓰면 된다는 것이 시민회의의 계산이다. 우선 ‘비급여’ 항목인 상급 병실료 차액, 선택진료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급여 항목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노인 틀니는 70세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무상 급여받게 할 계획이다. 입원과 외래를 합친 본인부담금이 연간 100만원이 넘으면 건강보험에서 차액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소득 최하위 5% 이하는 보험료를 전액 면제하고, 5% 초과~15% 이하는 건강보험료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재정계획도 짰다.


◇제기되는 비판론 =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보장성이 강화되면 의료수요가 급증하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다른 쪽에서는 현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 도입을 막는 일이 먼저라며 시민사회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따지는 것은 한가한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한다고 해서 보장성을 갑자기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평균 보험급여 지출이 10% 이상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없앨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등으로 의료비 지출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폭증하는 의료수요를 막지 못하면 보장성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회의 측의 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불필요한 의료행위는 ‘비급여’ 항목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를 건강보험으로 끌어들이면 진료량 등을 사회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의료남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지불제도 개혁, 의료영리화 대응 등 다른 과제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