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쳤다가 2년도 안돼 이원화 … 부처간 힘겨루기로 통합 물건너가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이 통합 2년도 되지 않아 다시 분리되는 것은 정부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아동과 청소년 가족을 한 부처에서 맡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통합 2년도 되지 않아 아동(복지) 정책과 청소년 정책이 분리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은 이명박정부 출범시 보건복지가족부로 일원화됐다가 오는 3월부터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로 다시 이원화된다.
작은 부처인 여성부를 ‘부처다운 부처’로 확대해주기 위해 복지부 소관인 청소년과 가족 정책이 여성부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은 아동과 청소년의 정책 대상이 같은데도 각기 다른 부처에서 맡게 됨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져 중복이 발생하거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복지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 활동 보호를 종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지원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대 이광호 청소년학과 교수는 “2000년 이후 아동정책이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면서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며 “두 정책을 분리하는 것은 사람중심의 행정이 아니며 통합하고 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동떨어진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현 아동복지법과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했다. 반면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의 연령을 9~24세이하로 잡고 있다. 또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의 보호연령은 19세 미만이다. 9~17세는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이 중복되는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최영희(민주당) 의원도 “아동과 청소년 정책이 분리되면 힘들고 골치아픈 부분은 사각지대로 남게 되고 부처 입맛에 맞는 부분은 중복이 될 우려가 있다”며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중심이며 미래 국가 발전을 좌우하는 인적자원인데도 정부와 여당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선제적 투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철학과 방향성 없는 조직개편을 했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서영숙 가정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년동안 아동과 청소년 통합작업을 해왔는데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며 “누가 봐도 아동과 청소년 가족 정책을 한 부처 업무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