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陽性化 길 활짝” VS “擴大해석 경계해야”

사실상 全面개방론에 탄력…관련법改定·사회적合意 난제도 적잖아

 

논란을 거듭해온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이에 따라 아이템 현금 거래와 관련, 보다 체계화된 법안 재정립을 위한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최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리니지’ 게임머니를 현금거래해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협의로 기소된 김모(34)씨와 이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 양성화의 길이 활짝 열린 것으로 전문가들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템의 소유권 귀속 문제 및 직업적 행위, 게임 약관 상의 규정으로 인한 문제 등 단순하게 현금거래 인정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

 

더욱이 현금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한 만큼 양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는 의견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범사회적인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내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웹보드 게임은 ‘불법’

 

최근 대법원이 내린 판결의 요지는 ‘김모씨와 이모씨가 거래한 게임머니는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거래한 게임머니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석하면 웹보드 게임에 사용되는 게임머니 및 아이템과 오토프로그램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해 획득한 일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및 게임머니가 아니라면 현금거래할 수 있다는 판결인 셈이다. 즉, 법원이 일반 온라인 게임머니 및 아이템 거래에 대해 사실상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실제 대법원의 판결문 및 관련 법조항을 살펴보면 일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및 게임머니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이는 정부측의 입장 발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문화부는 이번 판결이 내려진 직후 발표문을 통해 ‘모든 게임머니의 현금거래가 합법적인 것이라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부는 발표문을 통해 ‘고스톱, 포커 등 베팅성 웹보드게임의 경우 게임 이용 결과물인 게임머니의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등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반 온라인게임의 경우 결과물인 게임머니 및 아이템 등이 비정상적 이용을 통해 획득된 경우에만 환전, 환전 알선, 재매입 등을 업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리니지’와 같이 고스톱, 포커 등 베팅성 웹보드게임이 아닌 일반 온라인 게임의 머니 및 아이템 등의 환전, 환전알선, 재미입 등의 업이 금지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 이용’을 통해 획득된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용자가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아이템 현금거래를 공식 인정한 셈이다.

 

또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으로 삼는 것도 일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및 게임머니를 정삭적으로 획득했다면 불법이 아닐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사실상 아이템 현금거래 양성화가 가시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논란거리는 그대로

 

그러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아이템 현금거래가 합법화됐다고 판단하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비정상적인 획득물이 아니고 베팅성이 있는 게임물의 게임머니 및 아이템도 아니라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판결이 직업적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했다고 보기에는 무리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 아이템 및 게임머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부분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는 게임머니 및 아이템 등 모든 콘텐츠에 대해 게임회사가 권리를 가진다고 약관을 통해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 소유권마저도 이용자에게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해 준 꼴이다.

 

이 부분은 오랫동안 산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부분이지만 명확하게 판단이 내려진 바 없었다. 이번 판결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아 또다른 논란을 가져올 부분이다.

 

직업적으로 현금거래를 허용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행 법률 및 이번 판결 문의 요지, 문화부의 발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업으로 삼는 것도 불법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도 확실한 결론은 없다.

 

법원은 ‘일반 온라인 게임의 거래가 불법이 아니다’라고 판결을 내렸지 직업적으로 거래하는 것도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와관련 게임위 법무지원팀 김성수 법무담당관은 “법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만 판단 할 뿐 그 이상의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이번 판결이 직업적 거래까지 허용했다고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게임업체들의 약관에 존재하는 현금거래 금지 조항이다. 약관은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와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의 계약으로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게임머니 및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하에 작품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게임법 상의 위반이냐 아니냐를 따졌을 뿐 약관 위반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 법무담당관은 “게임업체는 약관을 통해 게임머니 및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민법상의 문제도 있다”며 “이번 결정을 단순하게 아이템 현금거래의 전면 허용으로 판단 내리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 범사회적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모호한 규정으로 남겨두고 언급을 꺼려왔던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에 대해 범사회적인 논의를 거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의 혼란스러운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입장이 더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아이건강국민연대, 기독교환경연대, 놀이미디어교육센터, 몸살림시민운동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칫 이번 문제가 게임산업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판결이 내려 진지 1주일이 채 가기도 전에 주요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의 거래량이 10% 정도 늘어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아이템 현금 거래를 하루라도 빨리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액 기준으로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거래 시장은 묻어두고 가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부분의 현금거래가 중국 작업장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등 국부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이템 거래 시장은 더 이상 뜨거운 감자로만 여기며 손 놓고 볼 부분이 아니라”라며 “오히려 이 기회를 빌어 범 사회적인 의견을 모아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문제점들을 일소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게임스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