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아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일신문은 보건복지가 족부 와 함께 청소년 인터넷 중독 실태 를 알아보고 극복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중독을 이겨낸 사례를 살펴본다.

#초등학교 4학년 정 모군(10)은 집에만 오면 컴퓨터 부터 켠다.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어머니가 못하게 하면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심하면 책상을 들어엎기 일쑤다. 집에서 못할 경우 집 근처 인터넷방을 찾아 게임을 한다.
정군은 인터넷방을 이용하기 위해 부모 지갑에 손을 대기도 했다. 학교생활동 엉망이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졸거나 다른 곳을 쳐다본다.
남자아이인데도 운동장에서 다른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도 재미없어 한다. 오로지 인터넷 게임에서 즐거움을 찾고 스트레스도 거기서 푼다.
올해 초등 4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결과 전체의 1.99%가 당장 치료 가 필요한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초등 4년생 59만7000명을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은 전체의 99.5%인 59만4000명이었다.
조사결과 전체의 1.99%인 1만1820명이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의 3.78%인 2만2467명은 잠재위험군으로 분류됐다.

◆ 아동 청소년 2.3%가 고위험군 =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가 3500만명에 이르고 청소년(6~19세)의 인터넷 이용률은 99.9%에 달한다.
많은 이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만큼 중독단계까지 이른 청소년도 많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인터넷 중독실태조사결과 아동청소년의 2.3%인 16만8000명이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12%인 86만7000명은 상담이 필요한 잠재적 위험군으로 추정됐다.
특히 주목할 것은 중학생의 인터넷 중독률은 전년도 15%에서 14.7%로 0.3% 감소했다. 고등학생도 17.4%에서 14.7%로 2.7%나 줄었다.
반면에 초등학생의 경우 12.1%에서 12.8%로 0.7%로 상승했다. 인터넷 중독의 저연령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건복지 가족부 관계자는 “인터넷 중독의 저연령화를 막기 위해서는 매체이용이 본격화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및 초등 저학년시기부터 건전한 이용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3세~만5세 취학전 아동의 인터넷 이용률을 보면 지난 2006년 51.4%였으나 2008년 58.7%로 증가했다.
◆저소득 계층 아동청소년 인터넷 중독률 2배 높아 = 서울대 와 서울아산병원이 저소득 계층 아동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을 조사한 결과 5.5%로 나타나 전체 아동청소년의 2.3%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 와 방과후아카데미 를 이용하는 초등 고학년과 중고생 5만4405명에 대한 전수조사결과 조사에 참여한 4.4%가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독정도가 보통보다 심하고 고위험군보다 낮은 잠재적 위험군은 응답자의 6.5%에 머물러 전체 아동청소년 잠재위험군 비율 12%보다는 크게 낮았다.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 아카데미는 주로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가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 청소년 여가시간 변화
TV시청 절반 줄고 컴퓨터게임 2배 늘어
초등생 한달 평균 9건 이상 댓글 달아

아동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특히 컴퓨터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 에 따르면 중학생의 경우 TV시청 시간은 최근 12년 동안 거의 반으로 줄어든 데 반해 컴퓨터 게임시간은 최근 5년 동안 배 가량 늘었다. 1992년 중학생의 TV시청 시간은 126분이었으며 2004년은 58분으로 조사됐다. 컴퓨터 게임시간은 지난 1999년 19분에서 2004년 40분으로 늘었다.
이와 같은 경향 은 고등학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 동안 TV를 보면서 보내는 여가활동 시간은 준 반면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대체로 충동적인 성향을 갖고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청소년일수록 인터넷 중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인터넷 중독정도가 높았다. 자기통제성을 보이는 어린이일수록 컴퓨터와 인터넷에 몰입하는 경향은 더 낮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 리포트에 따르면 한달 평균 인터넷 게판에 올리는 댓글 수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이 9.29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고·대학생은 6건 안팎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청소년의 78%는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갖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1시간46분이었으며 하루 평균 1시간50분 정도를 소비하는 방송시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주말 인터넷 5시간 정도 사용
자신감 결핍 10대 남자아이 취약

인터넷 중독은 인터넷에 몰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이 되면 내성과 금단 증상이 생기며 본인의 의지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에 걸리기 쉬운 유형은 사회 생활에서 자신감이 심하게 결핍된 10대 남자아이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사용자군의 주중 인터넷 이용시간은 3.0시간이며 주말은 4.8시간이다. 일반 사용자군의 1.5시간과 2.4시간에 비해 2배 가까이 길다.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주중이 1.8시간, 주말이 2.9시간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중독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대체로 사회환경적 요인과 인터넷 자체의 속성, 성격적 특성, 뇌신경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놀이문화가 없어지면서 이기주의와 성적 지상주의, 과잉보호 등으로 또래와 오프라인에서 교류를 맺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인터넷 중독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예전에 유행했던 갤러그나 벽돌 깨기 등은 인간과 기계프로그램의 단순한 대결이었다. 일정한 점수에 도달하고 익숙해지면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최근 인너넷 게임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해 재미가 있고 흡인력이 높아 중독 가능성이 짙어졌다.
인터넷에 빠져 있으면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다. 부모들과 인터넷을 하는 시간을 두고 마찰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박혜영 가족치료사는 “인터넷에 빠지는 아이는 집이나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함구증을 보인다”며 “부모들이 지나치게 무관심하거나 물질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양육 방식을 바꾸고 아버지들이 적극적으로 아이 양육에 참여해서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