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하루 대부분을 책상 앞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아이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방학 때는 아이들의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그간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계획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추운 날씨 탓에 안에만 있기 쉬운 겨울방학은 자칫 게으른 생활습관으로 인해 건강을 더 헤치기 쉽다. 방학 동안 아이들 건강을 확실히 챙기기 위해 필요한 체크포인트를 알아본다.

공부하랴 게임하랴, 휘어지는 아이들의 허리

방학에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종일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것은 눈, 목, 허리 등에 악영향을 끼치며 운동부족으로 비만을 부추긴다. 심할 경우 의자에 앉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생기거나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로 고생하기도 한다. 요통은 대부분 척추 변형 때문에 일어난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측만증. 반듯해야 할 척추가 S자나 C자 형태로 휘는 증상으로 성장이 왕성한 10대, 특히 여학생에 흔히 나타난다.

의자에 앉아 상체를 숙인 자세는 눕거나 서있는 자세에 비해 요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2배 높다. 따라서 장시간 컴퓨터 작업이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경우 척추측만증이 생기기 쉽다. 현재유비스병원 척추센터 박용원 소장은 “척추측만증은 보기에도 안 좋지만 목,어깨, 허리 통증뿐 아니라 40도 이상 척추가 휘면 폐와 심장을 눌러 기능을 급격히 떨어뜨고, 돌출된 디스크가 성장판을 침범해 키 성장이 멈추거나 팔다리가 불균형하게 자라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척추측만증은 대개 별다른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부모의 주의가 필요하다. 10세를 전후한 시점부터 아이의 몸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봤을 때 좌우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골반이 기울어진 경우, 무릎을 펴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을 때 좌우 등 높이가 다를 경우, 신발 밑창이 서로 다르게 닳고 사진을 찍을 때 항상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나오는 경우에 척추측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측만증은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치유가 가능하다. 생활 습관 교정이나 운동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보통 휘어진 정도가 20~40도이면 성장이 끝나는 13~16세까지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치료를 받는다. 다만 신경이 눌려 다리 등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휜 각도가 40도 이상일 경우(성장이 끝났을 경우는 50도 이상)에는 수술을 고려해봐야 한다.


거북목, 충치도 바로잡아야

척추질환과 더불어 성장기 아이들에 흔히 나타나는 것이 바로 '거북목증후군(Turtle Neck Syndrome)'이다. 거북목증후군은 옆에서 봤을 때 C자 모양으로 굽어 있어야 할 경추가 일직선으로 변형돼 고개가 앞으로 구부정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거북목증후군은 뒷목 주변 근육을 뭉치게 해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 만성피로와 두통, 집중력 저하를 유발한다. 심한 경우 디스크가 유발될 수 있어 심각하다.

따라서 자녀의 어깨가 구부정하게 굽어있고 목을 쭉 빼는 습관이 있다면 보는 즉시 교정하고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모니터와는 30~70cm 정도 거리를 두도록 하고 1시간에 1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틈틈이 쉬면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거북목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밖에 겨울방학은 치아건강을 점검하기 적절한 시기다. 특히 방학 때는 과자 등 단 간식을 자주 먹고 칫솔질도 소홀하기 쉬우므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치아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선, 야채, 과일을 많이 섭취하도록 하고 올바른 칫솔질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치과 정기검진은 필수. 새로 진행되는 충치는 없는지를 확인하고 불소도포로 충치를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아래 치아가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도 점검해봐야 한다. 전문의들은 치아 틈새가 벌어지거나 치열이 고르지 못한 경우 11~12세에 교정치료를 받도록 권한다. 주걱턱은 7~8세 이전에 치료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뼈의 위치를 정상화하기 쉽고 수술 없이 얼굴의 골격 형태까지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은 "만 10세가 넘으면 성장 과정에서 굳어져버려 치료가 어렵다"면서 "주걱턱 방학 동안 마스크 등 교정 장치를 집중적으로 착용해주고 개학 후에는 집에서만 착용하면 1년 정도에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 현대유비스병원 척추센터 박용원 소장,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