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이상진 FC 와 수지주니어스포츠클럽 선수들이 25일 경북 구미시 LS전선 구장에서 열린 전국유소년축구대회 11세 이하 부문 결승 도중 볼을 다투고 있다. 구미 | 정지윤기자“축구 안 시켰으면 어쩔 뻔했어요.”

25일 제2회 구미새마을컵 및 제14회 리틀 K리그 전국유소년축구대회 결승이 열린 구미 LG전선구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싱글벙글이었다. 모두들 자녀에게 축구시키길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구미 이상진FC에 속한 황보호직군(초등 4년)의 어머니 정정애씨는 아이가 자기만 알고 잘난 척을 많이 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기적인 아들은 지난해 축구를 시작한 후 확 바뀌었다. 정씨는 “축구는 협동과 양보 없이 이길 수 없잖아요. 단체생활을 하더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먼저 양보도 하더라고요”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같은 팀 김현우군(초등 4년)은 엄마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어머니 김영숙씨는 “축구를 한 후 자신감이 생겼는지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며 즐거워했다. 김군 외에도 축구클럽의 아이들은 대부분 반에서 반장·부반장을 맡고 있었다.

부모들도 처음에는 자녀들에게 축구 시키는 게 내키진 않았다. “힘들고 다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던 부모들도 마음을 돌렸다. “애가 워낙 축구를 하고 싶어해서 하는 수 없었죠.”

걱정 속에 반신반의하며 허락한 축구. 그게 자녀들을 완전히 바꿨다.

구미 이상진FC 주영재군(초등 4년)의 어머니 최정윤씨는 “아이가 코가 안 좋아 병원에 자주 갔었는데 축구하고 나서는 웬만한 감기는 그냥 놔두면 떨어진다”고 말했다. 축구를 한 뒤 성적도 대부분 올랐고 인터넷게임 중독 걱정도 사라졌다. 최씨는 “학업 성적이 나쁘면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걸 아이들이 알고 있다”면서 “공부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순수 클럽 대항전으로 열린다. 축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된 아이들은 뛸 수 없다. 유럽의 축구 강국은 물론이고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동네마다 유소년 클럽이 활성화돼 있다.

구미시축구협회 김인수 회장은 “엘리트 축구만 키울 게 아니라 클럽을 통해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 | 조미덥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