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29
업계 “핵폭탄 피했다 VS “알맹이가 없다” 시민단체
예상밖 親산업형 規制案에 반응 엇갈려…‘自律’에 무게 실려 실효성 의문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과몰입 대책을 발표한 이후 각계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문화부는 지난 12일 ▲ 피로도 시스템 확대 적용 ▲ 청소년 이용 게임물의 선택적 셧다운제 ▲ 과몰입 방지를 위한 기금마련 ▲ 아이템 현거래 중개 사이트 규제 등을 골자로 한 게임과몰입 대책안을 발표했다.
문화부의 이번 과몰입 대책은 업계가 그동안 자율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규약을 재확인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이의가 있다는 분석이다.
# 각론 빠진 원론
업계는 일단 정부 규제의 ‘핵폭탄’을 피했다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하다. 당초 예상에 비해 규제의 수위나 대책의 치밀성이 떨어진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경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던 시민단체를 비롯한 타 부처는 ‘각론없는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며 신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자칫 ‘밥그릇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문화부의 게임과몰입 대책은 업계의 ‘자율 규제’ 쪽에 한껏 무게를 실렸있다.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나 셧다운제 시행 등에서 문화부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대책안의 곳곳에 ‘자율’이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피로도 시스템 역시 전체 게임이 아닌, 몰입도가 높은 일부 MMORPG와 같은 장르에 한정했다.
때문에 업계는 이번 문화부 대책에 대해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기금 조성은 물론 건전게임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기금 조성과 관련해서는 올해안 1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안을 마련했고 본격적인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게임 역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캠페인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이처럼 동조하고 나선 것은 문화부가 산업계의 믿음을 버리지 않은 만큼 이에 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더 큰 듯하다. 업계는 문화부가 대책안 발표전에 아이템현금 거래 금지나 셧다운제 시행 등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화부의 이번 대책안에 대해 업계 내부적으로 실효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문화부와 공동으로 과몰입 등의 게임 역기능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도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강력 반발 조짐
업계의 이같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시민단체와 타 부처에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부가 대책안을 내놓기 전과는 양상이 뒤바뀐 모양새다.
아이건강시민연대측은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알맹이없는 껍데기 수준의 대책안”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일부 정치권과 여성가족부가 똑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과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도록 각각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처리에 착수했다. 개정안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모든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게 골자다. 최의원안은 부모의 요청에 따라 청소년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여성가족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심의한 후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김재경 의원 측은 “문화부 대책안은 실효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청소년을 게임과몰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여성가족위의 움직임은 ‘이중규제’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밥그릇싸움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산업과장은 “문화부와 게임 업계가 쉽지 않은 합의 과정을 거쳐 실효성 있는 자율대책을 내놨다”며 “여성가족부가 비슷한 내용의 규제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 부처간 ‘밥그릇싸움’ 우려도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총 9개 단체가 가입돼 활동중인 한국대중문화산업연합회(이하 한문산)도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개정에 반대했다. 한문산측은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 관련법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문산측은 정부가 문화콘텐츠를 성장동력으로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이원화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도 최근 문화부의 대책안에 대해 반발하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책안의 실효성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문화부가 업계 자율이라는 측면을 보장해준 만큼 업계가 향후 과몰입 문제에 대처하는 움직임을 지켜본 후 비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대책안이 반드시 명백한 규제를 담는 것보다 공동으로 협력해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본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문화부의 대책안에 대해 실효성 등을 이유로 거부하기 보다는 힘을 실어줘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와 여성가족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효성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문화부가 지속적으로 과몰입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업계와 공동노력을 펼쳐야 할 것을 주문했다.이번 대책이 사후관리가 중요한 만큼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실효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안희찬기자 chani71@thega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