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과거 서울대 강연에서 "아이들이 하는 게임 시스템을 보면 돈 놓고 돈 먹기로 점철돼 있는 것을 알수 있다"고 게임의 도박성을 비판했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선 거듭 '확률형' 이벤트를 진행하며 CEO의 경영철학과 배치되는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달 10일부터 18일까지 '화이트데이 이벤트 그남자의 자격'을 진행하면서, '화이트데이 사탕바구니'를 판매했다. 게임 이용자가 구입하는 화이트데이 사탕바구니는 총 5종류로 화이트데이 사탕 10개(경험치 30%)와 보너스 아이템 3종 중 1개를 지급받게 된다.

문제는 보너스로 지급되는 아이템이 사행심리를 조장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란 점이다.

사탕바구니를 구입한 유저는 보너스 아이템으로 '순백의 반지상자', 혹은 '낡은 하얀수정 5개', '강력 체력 회복제 30개' 가운데 하나를 지급받게 된다. '순백의 반지상자'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반지 아이템으로 인챈트 효과를 통해 장비를 강화할 수 있다. 나머지 두 아이템은 큰 효용이 없는 아이템이다.

즉, 일정비율로 지급되는 '순백의 반지상자'를 획득하고자 하는 게임이용자의 심리를 이용, 필요 이상의 현금을 쓰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순백의 반지상자는 반지와 인챈트 주문서로 이뤄져 유저의 장비 강화를 유도한다. 인챈트는 도박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시스템으로 장비 강화 성공시에는 그 아이템의 가치가 2~3배 상승되지만, 실패시 아이템이 소멸된다.  

인챈트 시스템이란, 기존의 아이템에 특별한 조치를 가해 아이템의 성능을 대폭적으로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챈트 시스템은 <리니지>의 핵심 게임 콘텐츠로, 이를 통해 <리니지>의 아이템은 계속적인 공급에도 불구하고 항상 활발한 거래의 대상이 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과몰입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규제하려는 아이템 현금거래의 '온상'인 것이다.

12세, 15세이용가 게임인 <리니지>는 '화이트데이 프로모션'을 3월 10일부터 4월 7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용자들의 몰림현상과 이로 인한 게임 밸런스 문제 때문에 현재는 이벤트를 종료한 상태다.

엔씨소프트는 당초 해당 이벤트에서 '인챈트 강화 주문서'까지 현금으로 구입하는 내용의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지난 2월 10일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내용수정신고를 했다. 그러나 이후 엔씨소프트는 과도한 사행심리 조장 우려가 있다는 내부 판단으로 위와 같은 내용의 이벤트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게임물등급위원회 측은 이번 이벤트도 '돌아온 티셔츠 이벤트'와 비슷한 콘텐츠지만, 한도액을 설정해 놨기 때문에 등급재분류 판단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해당 이벤트의 내용수정신고 심의를 담당한 게임위 전문위원은 "화이트데이 이벤트는 12세, 15세 이용가 게임물의 콘텐츠로서는 부적절한 면이 있어, 과거 티셔츠 이벤트와 비슷한 성격"이라면서도, "엔씨소프트 측은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며 주민등록번호 당 성인 2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월 한도액을 설정해 위원회 측에선 그 사행심리 조장 정도가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기본 아이템이 3,000원의 가치가 있어, 금전적인 손실을 주지 않는다고 회사에선 판단했다.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이 이같은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이벤트를 계속 진행했을 경우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초기에 많은 유저들이 몰려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의 이유로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고 말했다.

김관용 기자 kky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