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게임 아이템 거래’에 정부가 원천적인 금지법을 실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10년 게임업계의 또 다른 ‘태풍의 눈’이 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아이템 거래를 게임 과몰입을 유발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간주, 아이템 거래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아이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벌 목적으로 과도하게 게임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게임에 대한 아이템, 계정 등의 현금거래를 전면적으로 막는 방안을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웹보드 게임에 집중되어 있는 현금거래 금지를 타 온라인 게임 장르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지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거래 금지법이 관계부처인 문화부의 주도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 아이템 거래 산업 종사 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산업 전반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가 아이템거래 시장에 갑자기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게임을 둘러싼 사건사고들 때문이다. 2010년 들어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법한 게임 과몰입 관련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는 정부 입장에서 게임중독의 적절핸 대처에 대한 여론의 지적에 충분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문화부는 지난 1월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만 하더라도 “웹보드게임은 게임머니의 직업적 환전 행위 자체가 여전히 불법이고,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직업적으로 환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라며 아이템거래 시장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은 더 이상 아이템거래 시장에 대한 문화부의 사고를 붙잡아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강력 규제책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또, 정부의 규제책이 어느 정도로 강력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문화부가 검토하고 있는 아이템 거래 금지 방안은 모두 두 가지. 하나는 온라인 아이템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방법과, 또 다른 하나는 아이템 거래 금지 대상 게임과 장르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아이템 거래 금지 대상 게임과 장르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게 된다면 현재 아이템 거래는 물론 환전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웹보드 게임인 고스톱, 포커 등의 게임들에 이어 MMORPG들과 몇몇 캐주얼 게임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부는 보다 더 근본적이고 강력한 규제책인 모든 게임의 게임머니나 아이템 거래, 계정 거래를 막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럴 경우 아이템 거래 시장 자체를 정부가 나서 불법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현재 아이템 거래 시장은 물론 아이템 거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주 업체들인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들은 모두 문을 닫거나 직종을 변경해야 한다. 그 동안 항상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고 있던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정부의 ‘초강력 규제책’이 발동되는 셈이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규제 방안의 하나로 아이템 거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아이템 거래 산업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아직 최종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정부가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주무부처가 직접 나서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규제책을 언급하자 업계는 연간 1조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아이템 거래 산업의 존폐 여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동안 꾸준히 논란이 되어 왔던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정체성 여부가 확실히 정립될 좋은 기회”라며 문화부가 현명한 판단과 관련 법안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산업 규모를 자랑했지만 그 동안 온라인 게임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꾸준히 심어 주었던 ‘계륵 같은 존재’인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이 이번에야말로 등장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질적, 양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만약 실용적인 규제책이 등장해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게 된다면, 온라인 게임 업계가 동분서주 노력하고 있는 ‘사행성 몰아내기’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 만약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으로 아이템 거래 시장을 규제할 경우,
아이템 거래는 현재보다 더욱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정부가 이후 음성적으로 변할 아이템 거래 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주목할 것이다.

반면, 산업의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아이템 거래 업계는 강력한 반발보다는 일단은 한 발 물러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 아이템 거래 업체 임원은 “정부가 이해당사자인 아이템 거래 업체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생존권을 위협하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사실은 매우 유감”이라며 “업계가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안을 만들어 문화부에 제안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보다는 대화의 창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가 게임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자 여론을 의식해 그 ‘희생양’으로 아이템 거래 시장을 지목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템 거래 업체 관계자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때도 문화부는 확실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유동적인 모습을 보였다”라며 “하지만 민감한 문제가 터지자 아이템 거래 시장을 여론의 희생양으로 몰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제책도 실용적이지 못할 것”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귀결되든 이번 문화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이템 거래 시장의 규제책은 게임 산업 전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 아이템 거래 시장 관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며 규제책을 도입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온라인 게임업계의 오래 된 ‘뜨거운 감자’인 아이템 거래 시장에 대한 논란이 문화부의 강력 규제책으로 종지부가 찍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