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한국 사회의 인터넷 게임 중독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26일(현지시간) '사실상 중독: 한국인들의 컴퓨터 끊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어두운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한국 정부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인구를 2백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문제는 거의 10년간 한국 사회의 골칫거리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또 한국 가정의 90%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2만5천개의 'PC방'이 인터넷 게임 공간으로 영업중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명문사립대에 재학중인 정 모씨(23)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 씨는 하루 평균 2~3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고, 1주일에 세 번 'PC방'에 다니지만 자신이 게임에 중독됐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전했다.

CNN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인터넷 중독 현상이 심리적, 사회적인 환경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규정했다.

실제로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굶어죽게 한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인터넷 게임을 한다고 질책하는 모친을 살해한 뒤 태연하게 다시 게임을 즐긴 20대 남성이 살해 혐의로 체포되는 등 극단적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인터넷 중독 문제에 대해 약물중독을 치료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도박처럼 행동치료에 나서는 '인터넷 중독 예방 및 해소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한국정부의 종합대책은 'I-ACTION 2012'으로 명명돼 예방교육(Attention), 상담/치료(Counseling), 전문인력(Tutoring), 법제도 개선(Institution), 정책효과성 제고(Outcome), 민/관 협력 강화(Network) 등 6개 분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이용 시간과 요일 등을 사용자나 보호자가 조절할 수 있는 자율적 셧-다운(SHUT-DOWN) 프로그램과, 인터넷 게임을 오래할수록 재미를 반감시키는 피로도 시스템(fatigue system) 등의 기술적인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PC방' 영업시간 제한이나 게임머니 몰수 방안 등에 대해서는 게임 시장의 이해와 상충되고 있다면서 올해 초 한국 대법원이 게임머니의 현금거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소개했다.

또 올해 한국의 게임 시장 규모도 55억달러로 1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전망치를 인용했다.

한편 CNN은 '논스톱', '초경쟁 사회'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경우 근로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 2천256시간에 이르고 있다면서 극심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좌절이 인터넷 중독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태진 엔시소프트 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현대인들에게 활력을 심어주는 요소일 수 있지만 개인적 삶, 그리고 가정생활과 조화를 이룰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