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수업을 빠지고 10년 이상 목숨같이 키운 캐릭터(게임 속 분신)를 현금 30만원에 팔았습니다. 10년 동안 한걸요.”

요즘 인터넷 토론광장인 다음 아고라에 한 네티즌이 ‘10년 이상 온라인게임에 빠졌습니다’는 제목으로 올린 자성의 글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일 온라인게임에 빠져 3개월된 딸을 방치해 결국 영양실조로 죽게 만든 40대 남편과 20대 아내가 사회적 충격을 주자, 게임중독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영국 BBC는 ‘가상 아기를 키운 부모로 인해 한국의 한 아이가 굶어죽다’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이미지가 훼손된 것 같아 안타깝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같은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는 것일 텐데요.

28세라고 밝히면서 자성의 글을 써내려간 네티즌은 마치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부모가 게임에 빠져든 과정을 이해하겠다는 듯, 자신이 게임에 빠져 산 세월을 단숨에 소개하죠.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학교를 그만둘 지경까지 갔을 만큼 게임에 미쳐 살았다가 지난해에야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소개하는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취업도 못하는 실업자 신세였고, 좀 더 일찍 눈을 떴으면 하는 후회를 하고 있다면서 솔직하게 현재의 심정까지 밝혔습니다.

이 글에 공감하는 수많은 댓글도 줄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의 고백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이 사연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색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5시간 동안 특정 온라인게임 사이트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기숙사 전산 설정을 바꾼 것인데요.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법개정안에 들어 있는 ‘게임 셧다운제(일정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게임 접속을 차단)’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KAIST 재학생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모두가 해당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KAIST는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을까요.

KAIST 학생지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학교에서 학사경고 3회를 받고 퇴학을 당했다가 재입학 신청을 한 대상자 7명과 면담을 했다”며 “이들 가운데 5명이 새벽까지 게임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했다는 대답을 해와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꼽히는 KAIST 학생조차 게임에 빠져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겁니다.

게임에 빠져 잃어버린 13년을 살았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 그 고백이 사실이라면, 그가 노력만으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일 겁니다. 손쉽게 아이템(게임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장비)을 팔아 현금을 만들고 근근이 준실업자 생활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면 우리 사회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