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게임과 관련해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또 다시 게임에 대한 과몰입 방지와 그에 따른 폐해에 따른 지적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달 초 온라인 게임에 빠져 생후 3개월 된 딸을 굶어 죽인 41세 부부가 검거되면서 각계각층에서 게임업계에 과몰입, 중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과 이후 온라인 보드게임과 관련해 중독성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다시 한 번 국내에서 게임에 대한 과몰입과 어두운 일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이러한 목소리에 새로운 대책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따라 정부가 최근 게임 과몰입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과몰입 종합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물음표를 표시하고 있다. 이번 상황이 산업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시민사회 등에서도 많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간담회를 통해 게임 과몰입 관련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방안은 총 5가지. ▲게임 과몰입 대응사업 예산을 기존 5억 원에서 최대 50억 원으로 증액 ▲정해진 이상 게임을 즐길 경우 게임 플레이에 불이익을 주는 '피로도 시스템' 도입 확대 ▲게임 이용자를 위한 상담치료사업 강화 ▲'2010 그린게임캠페인' 적극 지원 ▲게임과몰입대응TF 활성화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 도출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5가지 방안 중 새로운 것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기존 방안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나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들뿐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5개 방안 중 그나마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것은 예산이 전부로, 나머지는 ‘적극적 지원’이나 ‘강화’, 혹은 ‘성과 도출’등으로 수박 겉핥기식의 방안이 대부분이다.

예산 또한 문제가 있다. 국회의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닌데다 50억 원이라는 수치는 기존 5억 원에서 분명 대폭 늘어난 금액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해 볼 때의 지원으로는 여전히 빈약하기 짝이 없는 액수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달 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라며 실효성 논란에 선을 그으려는 발언을 했지만, 업계는 수년째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어 온 사업에 얼마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어 나올지에 대한 여부는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급히 발표한 내용도 그다지 다른 점이 없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정부가 기존의 대책에 단순히 몇 가지 첨언을 붙여서 정책을 발표한 것은 최근 사회적으로 잇따른 과몰입과 관련된 사건이 보도되어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정부 당국은 뭐했나’라며 비난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간담회는 게임산업협회장이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로 바뀐 것에 대한 업계와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간담회였다. 그러나 일정 몇일 전 갑작스럽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오전에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변경됐고, 브리핑 담당자도 신재민 차관에서 유인촌 장관으로 격상됐다. 예정에 없었던 간담회를 급하게 실시한 만큼 ‘알맹이’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의 압박에 산업 진흥을 위한 업계 간담회를 취소하고 급한 대로 기존의 규제책을 다시금 발표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과몰입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고는 완화되고 있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악화시키고 있는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여져 정부로써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는 당장의 ‘면피’를 위해 내실 없는 대응책을 내놓는 것은 산업 진흥이나 이용자 보호 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근본적이고 신중한 접근으로 10년 대계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 산업이 국내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55%에 달하는 효자 수출 산업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단발성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책보다는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와 같이 급하게 면피용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여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리는 등의 무책임한 정책 발표나 행동은 이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여론도 적지 않다. 현재처럼 단편적이고 즉각적인 규제는 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착화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 정착에도 역행할 수 있다고 업계는 덧붙였다.

또 한편으로는, 게임이 다른 문화콘텐츠 산업과 같이 유저의 몰입을 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이 되는 만큼 무조건적인 과몰입 대책보다는 게임에 대한 순기능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국내보다 더 오래된 게임 역사를 지닌 해외 역시 다양한 과몰입 방지와 중독자 치료를 위한 병원 건립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들도 게임중독에 대한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작용이 있지만 이미 세계적인 차세대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 게임인 만큼, 정부와 시민사회 역시 한층 성숙된 게임문화 형성을 위해 함께 힘써야 하는 목표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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