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일지/소식

작성일 : 11-02-23 13:39 "지금 당신이 먹는 음식, 삼대 간다"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217   신동화 PD 인터뷰 '내가 지금 먹는 음식이 내 자손에게 영향을 준다.' 어떻게 이 문장이 성립할 수 있을까? 내 식습관으로 자손이 병을 가질 수도 있고 건강할 수도 있다면 지금 나의 건강상태는 할머니가 먹은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동화 PD는 "우리가 유전자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물질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달렸다. 그 물질이 어떤 유전자를 작동하게도 만들고 작동하지 않게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화 PD는 2009년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생명의 선택' 3부작을 제작해 방영했다. '당신이 먹는 게 삼대를 간다'는 그 중 한 편이고, 이번에 프로그램 내용을 토대로 같은 제목의 책을 냈다. 먹을거리는 인간이 가진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관심이다. 요즘은 누구나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에 대한 웬만한 내용은 다 알고 있다. 그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동화 PD는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나의 건강만이 아니라 자손에게 미칠 수도 있는 운명론적 관점을 가지고 말이다. 신 PD는 "처음에 프로그램 기획안을 낼 때는 먹는 것이 어떻게 삼대까지 가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음식 섭취 등으로 일어나는 비만과 같은 변화가 유전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임신한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아이의 건강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경험적으로든 과학으로든 알고 있다. 신 PD는 "정해진 유전자만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획득한 특성 일부가 유전된다는 연구가 있다. 이를 후성 유전체라고 하는데 DNA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인자인 '후성 유전체'는 유전자의 코드를 끄고 켜는 '스위치'에 비유된다. 이 스위치는 영양소에 민감한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고, 이 영향이 유전자처럼 후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도 착하게 굴고 나쁜 음식을 먹으면 유전자 역시 못되게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 요지다. 음식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한 시기도 있다. 우선 임신 초기에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면 다음 세대의 만성적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할아버지가 10대 성장기에 불균형한 식생활을 했다면 손자들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을 앓게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신 PD는 "젊어서는 아무 거나 먹어도 된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 10세 초반 성장기의 과식은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PD는 그렇다고 이 책에서 운명적 비관론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을 얘기한다. 음식 때문에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음식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나의 의지가 나와 내 자손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운명은 의지이기도 한 것이다. 신 PD는 "먹는 것을 바꾼다고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과학은 분명히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일례로 임산부가 기형아 예방을 위해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엽산은 채소에 들어 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 현미 등 자연식은 우리 몸이 원하는 것들이고, 이런 재료들은 아시아인의 전통적인 식생활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즉 우리 할머니 세대가 먹었음직한 것들을 먹는 것이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신 PD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양학적으로 실천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할머니들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게 음식을 잘하는 할머니들의 입맛에 이미 우리는 적응돼 있는데 가공식품 등 특정 영양소가 편중되면서 알 수 없는 병들이 생기고 후손에게마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꼭 한식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음식들에 잘 적응하고 있지 않은가? 그는 "우리가 햄버거를 계속 먹는다면 3~4대 지나서 신체가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는 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조상 대대로 먹어온 음식들에 우리 몸이 이미 적응이 돼 있으므로 이 균형을 잡아주면 된다는 얘기이다. 물론 요즘은 자연식이라고 해도 무작정 믿을 수만은 없다. 농약을 흠뻑 뿌려댄 농산물이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 단지 고기로 생산되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길러지는 가축들은 모두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쪽으로만 개량돼 온 결과물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원재료들이 받았을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산업적 농업 시스템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신 PD는 주장한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을수록 농업도 다시 자연을 존중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유기농 농산물은 비용이 많이 든다. 빠듯한 생활 속에서 유기농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 PD가 제안하는 방법은 도시농업, 텃밭 가꾸기다. "도시에서는 뒷마당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가꿔서 직접 먹을 채소들을 길러보면 좋을 것"이라며 "유기농 채소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좋은 음식을 찾게 될 뿐 아니라 농업과 농민들을 이해하고 자극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먹을거리의 실천은 사실 주부들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면에서 주부의 현명한 선택은 유전자 차원에 있어서 다음 세대의 건강까지도 챙기는 일이 된다. 음식은 곧 생명이라고 주장하는 이 책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볼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 우리는 올바른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자손의 건강까지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이다. 박소혜기자 fristar@newsishealth.com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7-04-19 00:44:07 아이건강 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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