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통제하는 법률이 아니라 게임회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학원, 노래방, 찜질방 등 셧다운제가 적용되고 있는 사업 영역도 있어요. 셧다운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하자는 의미이지, 청소년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은 더더욱 아니죠.”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청소년호보법 개정안, ‘셧다운제’에 대한 오해를 풀자고 강조한다. 16세 이하 청소년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인 셧다운제가 청소년과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요지다.

김민선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를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도입을 주장하기 전인 1998년부터, 온라인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를 강조했다.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를 주장한 건 김민선 사무국장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온라인 게임 중독이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죠.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 혼자서는 게임을 그만둘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요. 심야 시간에도 게임을 그만둘 수 없고, 이 때문에 사용자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와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셧다운제를 주장하기 시작했죠.”

김민선 사무국장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지난 4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셧다운제가 통과됐다. 셧다운제는 시행령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0월이면 본격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민선 사무국장은 이번에 통과된 셧다운제를 보다 효율적인 법안이 될 수 있도록 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에 국한돼 있다. ‘연령별 셧다운제’인 셈이다. 하지만 김민선 사무국장은 연령별 셧다운제를 발판삼아 ‘등급별 셧다운제’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급별 셧다운제는 게임에 부여된 등급에 따라 게임의 접속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체 이용가 게임은 밤 10시, 12세 이용가 게임은 12시부터, 저연령층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모두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뜻한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일종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인 셈이다.

김민선 사무국장은 “게임이 강제성을 가진다”라며 “청소년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만 게임 세상 속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상대적 박탈감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게임에 빠져들게 한다. 우리 사회의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과 닮아 있다.

실제로 사냥이나 아이템 획득 등 게임 과정이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게임도 있다. 지난 5월엔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하는 게임까지 등장했다. 많은 사용자가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남들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게임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유가 변질된 지 오래다.

김민선 사무국장은 셧다운제에 대해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봐달라”라고 말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과 게임이라는 문화를 차별하고, 규제하는 조치가 아닌,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 회사에 대한 규제조치라는 주장이다.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사설 학원의 영업시간을 10시 이전으로 제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건강국민연대는 셧다운제가 통과된 이후 청소년들에게 게임이 아닌 다른 놀이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게임과 같은 앉아서 하는 놀이가 아닌, 직접 몸을 움직이는 놀이문화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할 시간을 늘이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움직이는 놀이문화가 개발되고,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청소년 바우처 제도나, 여성가족부의 정책 등이 이를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함께 놀아주는 정책을 계속 제안할 계획입니다.”

셧다운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손봐야 할 점도 많다. 대표적인 문제는 실명인증 방법이다. 김민선 사무국장은 “주민등록번호 인증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며 “앞으로 여성가족부, 게임회사 등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앞으로의 의지를 내비쳤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권리도 해치지 말아야 하며, 게임 과몰입도 예방해야 한다. 실효성 논란과 실명인증을 둘러싼 숙제도 안고 있다. 셧다운제가 건강한 게임 이용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