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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성 우려 불구 上向조정 쪽에 ‘무게’
문화부·게임委·협회 의견조율 ‘가닥’…시민團體 “과도한 지출 유발 우려”
정부는 최근 월결제한도액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자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표명할 예정이다. 유관기관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게임물등급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주요 기관 및 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임산업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며, 이 자리에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월결제한도액에 대한 의견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로서는 산업계의 입장을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게임산업협회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다가 문화부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산업 진흥 차원에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게임위 역시 조건부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수근 게임위 위원장은 조건만 만족한다면 업계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학부모 단체 등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 의사 표시가 없다면 상향 조정 쪽으로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산업계 일각에서 조차도 월결제한도액에 대한 논의가 상향 조정으로 결론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만연한 상황에서 섣부른 결제한도 상향 조정 등은 오히려 산업계에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월결제한도액 조정에 대한 의견을 내기 전에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 문화부, 곧 입장표명
그동안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용자의 주민번호당 최대 30 만원인 월결제한도를 완화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청소년게임물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등 게임물의 성격과 이용자의 연령에 따라 결제한도액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한다는 것.
특히 청소년보호, 사행화 우려 등의 문제가 거의 없는 청소년이용불가게임물(MMORPG, FPS 등)에 대해서 결제한도액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소비 선택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최소한 성인물에 대해서는 결제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와 그렇지않은 업체 모두에게 똑같이 주민번호당 3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펼쳐왔다.
협회는 이 같은 뜻을 문화부에 전달했고 문화부는 이를 받아들여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기관인 게임위의 입장도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월결제한도액 폐지 또는 상향 조정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는 것.
물론 철저한 본인인증 절차가 갖춰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지만 산업 발전을 위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 이에따라 조만간 정부에서 월결제한도액과 관련해 업계의 의견 반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일부 수정에 전반적 합의
가장 유력한 조정안은 내부 규칙에 불과했던 결제한도액 관련 조항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일부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 결제한도액을 폐지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월결제한도액 마련 취지가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을 막는다는 것인 만큼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때문에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논란이 됐던 내부 규정을 법제화하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월결제한도액은 법적인 강제 조항은 아니다. 게임위 심의규칙도 아닌 내부 가이드 라인으로써 ‘내용정보기술서’에서만 확인 가능한 부분이다. 단지 게임위가 청소년용의 경우 7만원선, 나머지는 30만원을 넘어섰을 경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등급심의를 거부했던 것 뿐이다.
이는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산업계에서 이 부분을 거론할 경우 딱히 반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해법은 전체이용가와 고포류를 제외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에 대한 결제한도액을 조정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될 전망이다.
# 시기 상조 지적도 있어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많다. 사회적인 합의나 월결제한도액 상향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인인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모나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청소년이 얼마든지 이들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인증이 철저하지 못한 휴대폰, 문화상품권, ARS 등으로 대부분의 결제가 이뤄져 자칫 청소년의 과도한 소비지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제홍(37)씨는 “아이들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지만 결제한도자체가 폐지될 경우 경제관념이 미약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청소년이용불가게임물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책마련이 없는 결제한도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도 “월결제한도액 30만원이면 충분한 것이 아니냐”며 “그 이상으로 높여 달라는 것은 게임이 아닌 사행물로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인터뷰 - 김민선 아이건강연대 사무국장 |
“결제한도 상향 결정은 사행성 야기할 가능성”
“월결제한도액 30만원이라는 것은 어떤 법적 규제라기 보다는 과도한 지불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의 선언적 개념입니다. 게임을 즐기는데 한달의 30만원이라면 충분한 것 아닙니까. 그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면 과연 즐거운 놀이로서의 게임이 될 수 있을까요.”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월결제한도액 상향조정과 관련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의 금액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이상의 비용이 게임에 지출될 경우 사행성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게임에 너무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는 것은 결국 재산상의 손실로 볼 수 있고 이는 여기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반대급부 욕구를 유발한다”며 “결국 이것이 사행성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사실상 현재의 30만원도 모두 한도까지 사용하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상향 조정이 이뤄진다면 그 이상을 지불하는 유저가 나올 것이고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 냉장고를 사는 것과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종종 비교하곤 합니다. 근데 그 비교가 맞는 겁니까. 냉장고는 생활에 필수적인 가전제품이고 게임은 즐기는 놀이 문화인데 비교를 할 수 있을까요. 마사회에서도 경마 배팅 금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김민선 국장은 업계의 사고 방식도 비판했다. 게임을 다른 분야의 제품과 너무 쉽게 비교한다는 것이다. 이는 놀이로서의 게임을 보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 ‘바다이야기’가 문제됐던 이유를 생각하라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바다이야기’의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돈을 게임에 지불했던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이용이 이뤄지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모승현기자 mozira@thegames.co.kr / 임영택기자 ytlim@thega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