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 받으면서 공원과 아파트단지 등에 분수대 설치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질관리와 관련한 법규가 전무해 각종 질병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일 개장한 서울 광화문광장이 각종 문화공간과 조경시설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동심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바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분수대로 매일 한꺼번에 수십여 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물장난을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분수대에 쓰이는 물이 며칠씩 계속해서 재활용되는 물이라는 것이다.

정수과정 없이 며칠씩 쓰이는 이 물은 하루에도 수백여 명의 손과 발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고 소변을 비롯해 각종 이물질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도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을 아이들과 찾은 한 모(38) 씨는 "애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데 나오라고 할 수도 없고, 일단은 집에 데려가서 깨끗이 씻기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염 가능성이 높은 물이 분수대에 사용되는 것은 분수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수대 수질과 관련한 법령이나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질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분수대 수질과 관련된 규정은 전혀없다"라며 "물을 자주 갈거나 정수시설을 갖추면 좋지만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광화문광장의 경우 수돗물과 지하수를 섞은 물을 사용하는데, 분수대를 한번 돌리는 데 쓰이는 물이 135톤이나 된다.

그나마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관리지침을 만들어 일주일에 3회씩 정기적으로 물갈이를 하고 월 1회씩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이나 관리인력이 취약한 중소 지자체나 아파트단지의 경우 사실상 분수대 수질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지어진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분수대도 수질관리를 해야하느냐?"며 반문한 뒤 "그게 다 입주민 관리비에 포함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분수대 수질관리 규정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은 "분수대 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수질관리 법령이나 규정이 전무해 문제"라며 "관련 법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현재 주요 공원과 광장, 아파트 단지에 있는 분수대 수질을 측정해 수질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도심 미관개선 효과는 물론이고 휴식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수대가 수질관리 소홀로 자칫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온갖 질병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jsl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