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내 하드웨어형 '자동사냥프로그램(오토프로그램)'을 이용한 아이템 획득 및 현금거래 행위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된 첫 사례가 나왔다.

11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오토'를 이용해 최대 1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작업장' 운영자 10명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검거했다.

이번에 경찰에 검거된 강모(43)씨 등은 지난 해 7월부터 서울 금천구에 작업장을 만들고 이를 IT회사로 위장한 뒤 컴퓨터 222대를 설치하고 오토를 돌렸다. 특히 이들은 지인 등으로부터 얻은 아이디 95개와 주민등록번호생성기로 만든 아이디 1천9백 여개를 이용해 온라인게임에 접속, 오토를 통해 획득한 아이템을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 팔아 1억원의 이득을 얻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오토를 이용한 아이템 획득은 불법행위며, 불법행위로 얻은 아이템을 거래해 이익을 챙긴 것은 게임물 유통 및 환전을 금지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1~2항을 위반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 아이디를 빌렸다고 하더라도 이를 오토 등의 불법행위에 이용하면 정보통신망 침입행위를 금지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2조 제1호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오토'는 유저 대신 몬스터를 사냥해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레벨 등급을 올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엔씨소프트 등의 게임업체들이 이의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성행하고 있는 오토 프로그램은 두 종류로, 게임 프로그램을 수정할 수 있고 온라인 상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형 오토프로그램과, 화면을 인식해 정해진 액션을 반복하게 하는 USB(이동저장장치) 및 오토마우스 등의 하드웨어형 오토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소프트웨어형 오토는 '동일성유지 침해 및 업무 방해' 등의 저작권법 및 형법 위반으로 그 불법성을 인정받았지만, 하드웨어형 오토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모호해 불법성 판단을 유보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하드웨어형 오토에 대해서도 그 불법성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번 경찰의 판단에 따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오토프로그램 제작-배포 사이트 근절을 위한 노력, 소위 말하는 '오토와의 전쟁'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150여개에 달하는 소프트웨어형 오토 프로그램 제작-배포 사이트들을 차단시켰으며, 더나아가 이들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서도 부당이득을 추징,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하드웨어 오토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괄적으로 오토에 대한 불법성을 규정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의 빠른 국회 통과를 주장한바 있다.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토 근절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지만, 오토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업체 뿐 아니라 관련 법률의 통과와 경찰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제도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은 원저작권자인 게임회사의 인정을 받지 않는 어떠한 프로그램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떠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든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인정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불법이 된다.

/ 김관용 기자 kky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