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대구시 달서구 한 PC방.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PC방에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학생들로 붐볐다. 학생들 머리 위로는 뿌연담배 연기가 떠다니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오후 시간 인근의 다른 PC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학원이 마치는 시간이 되자 5~6명의 학생들이 PC방으로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은 익숙한 듯 계산대에서 선불카드를 구입, 일렬로 자리를 잡고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잠시 후 아이들은 욕설을 내뱉고, 한 학생은 자리를 일어나 ‘너 때문에 졌다’며 옆 친구를 때렸다. 이날 학생들이 한 게임은 1인칭 슈팅게임인 ‘서든어택’이었다.

이 게임은 적을 총기로 사격해 쓰러뜨리는 게임으로 폭력성이 강해 18세 이상만 이용하도록 된 성인용 게임이다.

방학을 맞아 PC 방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중독성 강한 게임에 무방비로 노출돼 ‘게임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부 PC방에서는 18세 이상만 이용가능한 게임을 초등학생이 버젓이 즐기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 인터넷 중독률이 8.8%로 나타났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이 14.4%로 성인 6.3%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은 PC방 뿐 아니라 집에서도 게임을 말리는 부모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주부 태귀숙(42)씨는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매일 게임만 해 지난달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했다”며 “하지만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PC방으로 달려가 게임을 즐기고 있어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고영삼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인터넷 사용은 부모의 양육 태도와 집안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퇴근 후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 있는 부모, 밤늦도록 게임에 몰두하는 부모라면 아이도 그대로 배울 수밖에 없는 만큼 어릴적부터 컴퓨터는 성능 좋은 게임기가 아니라 학습에 필요한 도구라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영기자  young@idaegu.co.kr      입력시간 : 2009-08-06 22:2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