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확대 정책이 한나라당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반발로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학교급식의 무상화는 국가의 의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21일 국회에서 개최된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엄기형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학교급식의 무상화에 대해 “이른바 수요자인 학부모나 시민단체가 요구하고 정부는 이 요구에 ‘시혜적’으로 부분적·단계적으로 재정과 예산의 확보 범위 안에서 ‘지원’해 나가는 정책관점을 폐기해야 한다”며 “국가가 의무교육을 무상화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듯이, 국가정책적으로 학교급식 실시를 제도화했다면 의무급식은 그 의무성과 더불어 당연히 ‘무상급식’이라는 국가 책무성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기형 교수는 “이제 학교에 취학 또는 진학하면 어쩔 수 없이 학교급식을 먹어야 하고,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행정가나 교사도 학교급식 실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 '학교 급식’은 제도적으로 뿐만 아니라 교육 본질적으로도 결합돼 있다”며 “즉 의무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의무적으로 다닌다면 학교에서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 급식은 의무급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이제는 의무적인 학교급식은 학교급식을 제도화한 국가의 자기 책무성의 실현 차원에서 무상화하되, 국가 책무성의 의무적 이행 의지에 맞게 교육재정 확충과 학교급식 예산 확보를 꾸준히 해 나가고 단계적 실시 차원에서 계층적·지역적으로 부담 가능한 수요자부터 학교급식 비용을 부담해 나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급식의 무상화를 진행해 나가는 동안 중학교는 기존처럼 저소득층 우선 급식비 지원을 점차 확대해 나가다가 중학교도 의무교육이므로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학교급식의 무상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진 친환경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경기도의회 무상급식 예산심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부잣집 아이도 공짜로 밥 줘야 하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며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무상급식이라는 철학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진 상임집행위원장은 “무상급식 실시·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당연히 재원확보의 문제”라며 “학교급식 또한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무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방향으로 법·제도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현행 학교급식법 제9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자가 부담할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미진 위원장은 “그 동안 무상급식을 비롯한 우수 농산물 지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편성은 전혀 없었다”며 “더구나 임의규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지원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다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 서로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경기고 교육감은 이 날 발표한 축사에서 “나는 의무교육 기간의 무상급식은 단순히 한 끼 밥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 능력을 사회 전체가 함께 돌본다는 것이며 차별 없는 교육복지를 구현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이러한 의미를 충분히 살핀 선진적인 지자체와 교육자치단체에서는 무상급식을 자치단체 차원의 중요한 복지 정책으로 기획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내가 교육감으로 있는 경기도는 전국에서 교육 규모가 가장 클뿐더러 지역간·계층간 양극화 문제 등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다종다양한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지역”이라며 “따라서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경우 우리 공교육 전반의 교육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여기며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정책은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를 거치면서 정책의 실현 방안을 놓고 많은 논란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 확대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달 ▲도서벽지·농어촌 지역 초등학교 ▲도시지역 가운데 300명 이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무료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데 사용할 171억 원을 상정했다.

하지만 이 예산은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를 거치면서 전액 삭감됐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