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좋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한번 체험행사를 했을 뿐인데,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가을까지 예약이 꽉 찼습니다.”

간장과 된장·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만들어 판매와 함께 체험행사를 해온 충남 부여의 ‘외가집’ 박영숙 대표(부여군 옥산면 안서리)는 지난 11일 천안의 한 유치원에서 두부 만들기 체험행사를 한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문이 나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서 문의· 예약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장 체험행사를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가을 부여에서 개최됐던 백제문화제다.

행사기간 동안 무려 1,300여명의 체험객들이 장 담그기와 두부 만들기에 몰렸는데, 한결같이 “애들 유치원에서도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바쁜 학사일정으로 농촌 현장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로 찾아와 체험행사를 진행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예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타진해보기 위해 찾아간 유치원마다 두손 들어 환영했다. 아이들 교육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알고 체험하기’가 있는데, 거기에 적격이라는 것이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두부 만들기 체험행사는 참여가정의 두부·장류 구입, 유치원 급식시설 납품 등의 형태로 매출에 보탬이 되고 있다.

두부 만들기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정작 박씨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장독대 만들기’다. 유치원이나 학교 한편에 장독대를 만들어, 직접 담근 장류로 아이들 음식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박씨가 장류를 마케팅하러 유치원과 학교를 방문했을 때 대부분 되돌아온 답변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을 알지만 값이 비싸 구입하기 어렵다”였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직접 장을 담그는 것은 어떻겠냐”고 거꾸로 제안하게 된 것이다.

메주값만 지불하면 직접 찾아가 장을 담가주겠다는 것이다. 장 담그기 체험행사도 하고, 그렇게 담근 장류로 아이들 급식을 만들어주면 비용과 아이들 건강, 우리 전통 먹을거리 교육 문제까지 모두 해결하는 셈이다.

장독대 주위를 운치있게 꾸미면 아이들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많은 유치원과 학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올가을에는 예년의 두배 이상 메주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8㎡(60평) 규모로 자연발효시설을 새로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 일반 간장과 된장·고추장 외에 기능성 마늘고추장과 아이들 기호를 고려한 딸기고추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매운맛도 조금 낮춰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배려키로 했다.

박씨는 또 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와 한국벤처농업대학 졸업생 모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닿는 대로 각계에 ‘장독대 만들기 운동’을 알리고, 널리 확대되도록 건의하고 있다. 박씨의 이 같은 노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까지 알려져 이스라엘의 텔레비전 방송국이 취재해 가기도 했다.

박씨는 “수입콩과의 값 차이 탓에 전통장류 생산자들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장독대 만들기’는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이라며 “농림수산식품부와 교육청 등이 장독대 설치비나 출장비 등을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영숙 대표 ☎041-834-4706, 010-5078-5515.



부여=윤덕한 기자 dkny@nongmin.com